[윤중로]

사법개혁 못잖게 시급한 교육개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2 16:55 수정 : 2019.09.22 16:55
'조국 스캔들'로 대한민국 스펙 공화국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스카이캐슬이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 된 것이다. 이번 조국 스캔들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이 가장 분노한 것은 정치권 고위층들의 자녀들이 대입을 위해 온갖 스펙으로 무장했다는 것이다.

조국 장관의 딸뿐만이 아니다.
일각에선 정·재계 고위층에 대한 대입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논문 제1 저자 등재로 대입에 혜택을 받은 과거 입학생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공계생들이 볼 때 고등학생이 국제 학술지의 논문 저자에 등록되는 것은 일반적으로 대학원 석사 이상의 실력이다. 제1 저자는 박사과정도 쉽지 않다. 결국 학술지에 실린 고등학생 논문 저자는 천재이거나 인맥을 활용한 편법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편법을 조장한 입시안은 지난 정부 교육부의 허용 속에서 버젓이 운행돼 왔고, 수많은 명문대 입학생을 배출했다. 불법은 아니지만 정부의 잘못된 입시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된 것이다. 대학교수 중에선 각계각층의 고위층으로부터 이 같은 고등학생 저자 등재를 부탁받은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스펙 만들기 문제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나친 사교육비 지출은 불황기에 내수경기 장기침체와도 직결돼 있다.

저소득층을 제외한 중상류층 이상의 월 사교육비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9만1000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이 조사에선 수백만원이 지출되는 영유아 사교육비와 어학연수 등은 통계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정부 들어 내수와 수출경기는 침체에 빠졌지만 과도한 사교육비는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대선 공약이었던 사교육 줄이기는 오히려 역행한 셈이다. 문재인정부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가계소득을 올리는 '소주성' 정책을 지난 임기 동안에 꾸준히 내세워왔다.

하지만 기업들이 국내 대신 해외로 투자를 돌리면서 가계소득이 증가할 곳이 없으니 소비는 늘지 않았다. 기업의 신사업 투자를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면 과도한 사교육비 같은 불필요한 가계지출이라도 막아야 한다. 스펙을 만들기 위해 쏟아부어대는 사교육비 낭비를 양질의 소비 확산으로 돌려야 한다.

혹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싫지만 과외금지 하나만큼은 정말 잘했다고 한다. 과외 없이 학력고사만으로 대학 신입생을 선발할 때는 생계비가 오히려 넉넉했다는 것이다. 자녀 교육비 지출할 돈으로 외식하고 차를 새로 바꿨다는 것이다.

사교육 전면금지가 어렵다면 외신에서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늦은 밤과 주말까지 계속되는 과도한 사교육에 대한 강력한 억제책이라도 써야 한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학원 일요휴무제에 대한 공론화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에 귀가 솔깃하는 이유다.

반대론자들이 내세우는 헌법 자율성 거론이 아이들의 행복추구권을 이길 순 없다. 문재인정부는 정권 출범 초기에 강력한 사교육 억제책을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제발 지켜주길 바란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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