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차세대 먹거리' 배터리, 8K TV를 선점하라…소송전 불사하는 재계

뉴스1

입력 2019.09.22 15:10

수정 2019.09.22 15:10

지난해 9월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 참석한 구광모 LG회장(사진 좌측)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우측)이 한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있다. 두 기업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서로 침해했다며 소송전을 불사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9월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 참석한 구광모 LG회장(사진 좌측)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우측)이 한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있다. 두 기업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서로 침해했다며 소송전을 불사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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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6~1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 에서 관람객들이 삼성전자의 QLED 8K TV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19.9.2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올 6~1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 에서 관람객들이 삼성전자의 QLED 8K TV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19.9.2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직원이 8K TV 제품들의 해상도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LG전자 제공) 2019.9.17/뉴스1 © 뉴스1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LG전자 직원이 8K TV 제품들의 해상도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LG전자 제공) 2019.9.17/뉴스1 © 뉴스1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전기차 배터리와 8K TV 등 차세대 먹거리를 두고 주요 기업들이 소송까지 불사하며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과의 경제전쟁과 대외 경제환경 악화 때문에 우려의 시선이 많지만 기업들의 벼랑끝 대립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LG와 SK는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한 기술을 서로 침해했다며 소송전을 벌이고 있고, 삼성과 LG는 8K TV 화질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대기업 간 '전쟁'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은 LG화학이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법원에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제소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소송 내용의 핵심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간 LG화학 전지사업본부 핵심인력 76명을 빼가는 방식으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도 이에 맞서 이달 ITC에 LG화학이 배터리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은 ITC에 LG화학의 배터리 셀·모듈·팩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도 요청했다.

지난 17일에는 LG화학의 수사 의뢰에 따라 경찰이 서울 서린빌딩 소재 SK이노베이션 본사와 대전 대덕기술원 사무실을 압수수색을 하는 등 격화양상을 보인다.

두 기업이 배터리를 둘러싸고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전기차 배터리가 '제2의 반도체'로 불릴 정도로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시장 규모는 390만대로 전년 대비 60%가량 증가하고, 2025년이면 2억대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2.5%, 2019년 4%에서 2025년이면 18.9%로 가파르게 성장하는 것으로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연평균 26%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이 2025년이면 최대 1600억 달러 규모로 성장, 반도체 시장 규모(149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성패를 가를 첫 번째 요소는 단연 기술력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소송을 벌이는 것도 승소할 경우 기술력을 인정받게 되고, 경쟁사 제품 생산에는 제약을 가하는 등 주도권을 쥘 수 있다.

현재 한국의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한국 기업뿐 아니라 중국의 CATL과 BYD, 일본의 파나소닉 등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지난 16일 회동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해결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8K TV 화질을 두고 격전을 치르고 있다. 현재 일반화된 4K보다 4배 선명한 8K TV는 차세대 TV시장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를 넘어,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린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의 존폐마저 가를 사안으로까지 간주된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LG의 TV사업 관계사들은 중국의 저가공세에 밀린 LCD(액정표시장치) TV의 대안으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기반으로 8K TV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달리 OLED 기술을 기반으로 한 TV를 선보이고 있는데, LG의 OLED는 백색 소자가 발광해 RGB 컬러필터를 통해 빛을 내는 구조로 WOLED라고도 불린다.

OLED는 백라이트가 없기 때문에 완전한 블랙(Black)으로 구현하는 무한대의 명암비가 가능하고, 이를 토대로 넓은 시야각, 풍부하고 정확한 색 표현 등 최고의 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고 LG는 주장한다. LG는 최근 TV광고를 통해서도 이 같은 내용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LG전자는 삼성의 QLED TV의 광고가 LED(발광다이오드)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액정표시장치) TV 임에도 불구하고 QLED라는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케 하는 허위과장 표시광고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 19일 공정위에 표시광고 위반행위에 대한 신고서를 제츨했다.

LG전자는 이달 6~1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 2019'에서 "삼성의 8K QLED TV가 화질선명도에서 8K 국제 기준에 못 미친다"라며 본격적으로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 17일에는 국내에서 언론을 상대로 기술설명회를 열고 분해한 삼성전자의 QLED를 보여주며 OLED를 기반으로 한 자사 제품과의 차이를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전날 중국 베이징에서 현지 언론을 상대로 간담회를 열고 4K 해상도의 OLED TV와 삼성 제품으로 추정되는 퀀텀닷 백라이트 8K LCD TV를 나란히 비교, 4배 해상도 차이에도 OLED가 화질과 눈 건강, 소비전력 면에서 더 뛰어나다고 홍보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LG전자의 공세에 맞서 QD-OLED를 준비하고 있다. QD-OLED는 OLED와 지름이 2-10nm(나노미터)이면서 전기적·광학적 성질을 지닌 소자인 퀀텀닷(QD)의 장점을 결합한 패널이다.
QD-OLED는 청색 OLED를 발광원으로 사용하고 적색과 녹색의 퀀텀닷을 컬러필터로 구현해 적용한다. 삼성도 중국의 저가 LCD 공세에 밀리고 있는 만큼, 고급화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이르면 내년부터 QD-OLED TV 양산체제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등 악재가 겹치는 시점에 벌어지는 다툼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그만큼 기업들이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전기차와 8K TV 등의 시장이 열리는 중대 시점을 앞두고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벼랑 끝에 선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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