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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사망자 92.3%, 사망 전 경고신호...정부, 위험경로 분석에 기반해 자살예방 추진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2 11:59

수정 2019.09.22 11:59

지역별로는 노원구, 익사 사고 10%로 높아
서울시 정신질환별 자살사망자 수 및 자살사망률
서울시 정신질환별 자살사망자 수 및 자살사망률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 자살율은 2003년 이후 OECD 국가 중 15년째 1위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자살사망자 92.3%가 사망 전 경고신호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정부는 자살사망 분석을 통해 자살율을 줄이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 의한 2018 자살실태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또 중앙심리부검센터와 함께 2018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 5개년(2013∼2017년) 서울특별시 자살사망 분석 결과 보고서도 공개했다.

자살에 대한 국민태도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75세 이하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대면조사로 실시됐다.
의료기관 방문 자살 시도자 실태조사는 전국 38개 응급실을 방문한 자살시도자 1550명의 대면조사로 진행됐다.

자살 예방을 위한 개인정보보호 동의 예외 인정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자살시도자 보호를 위해 개인 동의 없이도 자살예방기관의 개입이 허용돼야 한다는 의견에 일반 국민 79.1%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절한 개입 내용은 시도자 정보(연락처 등)를 자살예방기관에 제공(45%), 시도자 본인에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42.9%) 등이었다.

의료기관 방문 자살 시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급실 내원 자살 시도자 중 36.5%가 자살 재시도자다. 또 자살시도 시 52.6%가 음주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사대상 자살 시도자 중 47.7%는 자살을 시도할 때 '죽고 싶었다'고 답했지만 13.3%는 '죽고 싶지 않았다', 39.0%는 '죽거나 살거나 상관 없었다'고 응답해 삶에 대한 양가감정이 있음을 보여줬다.

자살사망자 1인당 평균 3.9개의 생애 스트레스 사건이 자살 과정에서 순차적 혹은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사망자의 84.5%가 정신건강 관련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또 직업관련 스트레스는 68.0%, 경제적 문제와 가족관련 문제는 각각 54.4%가 겪었을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자살사망자의 특성을 분석해 자주 발생하는 위험요인(74개)을 추출하고, 연령별, 성별, 직업군별 자살경로 패턴도 분석해 제시했다.

피고용인의 경우 부서배치 변화, 업무부담 가중되고 상사 질책, 동료 무시로 인해 급성 심리적·신체적 스트레스로 사망한 사례가 많았다. 사망 기간은 평균 4.94개월이었다.

자영업자는 사업부진으로 인한 부채(사업자금) 증가 때문에 정신건강 문제(음주·우울)를 겪다 가족관계 문제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간은 평균 258개월이었다.

자살사망자의 92.3%가 사망 전 경고신호를 보였다. 하지만 77%는 주변에서 경고신호라고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사망자 경고신호는 사망 3개월 이내의 근접 시점에 관찰된 비율이 높았다.

5년간 서울시 자살사망을 분석한 결과 발견지 기준 자살사망자 수는 노원구(617명), 강서구(571명), 강남구(566명) 순, 자살률은 영등포구(27.6명), 금천구(27.2명), 용산구(25.6명) 순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에서 발견된 자살사망자 중 9.2%(915명)는 서울시 외부에서 유입된 경우로 확인됐다.

서울시 발견 자살사망자 중 10.5%(1044명)가 한강변에서 익사 상태로 발견됐다. 이 중 서울시 외부거주자가 358명(34.2%)으로 밝혀졌다. 교량별로는 마포대교(26.5%), 한강대교(8.4%), 광진교(7.0%) 순으로 자살사망자가 많았다.

또 재산이 적거나 줄어든 것도 자살에 영향을 미쳤다. 의료급여 수급권자 및 건강보험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살률은 의료급여 구간(38.2명)과 보험료 하위구간(24.4명)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 전년도 건강보험료 변화를 분석한 결과, 의료급여구간에 머물러 있었던 경우의 자살률이 가장 높았고(66.4명), 하위구간에서 의료급여구간으로 하락한 경우(58.3명), 중위구간에서 의료급여구간으로 하락한 경우(34.3명) 순으로 나타났다.

또 질환별로 분석한 결과 신체질환의 경우에는 호흡기 결핵(477.5명), 심장질환(188.3명), 간질환(180.0명), 암(171.5명) 순으로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질환의 경우에는 자살사망자 수는 우울질환(2932명), 수면장애(2471명), 불안장애(1935명) 순으로 많았다.
또 자살률은 정신활성화 물질 사용장애(1326.4명), 성격장애(879.8명), 알코올 사용장애(677.8명) 순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장영진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자살시도자 등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확인했으며 관련 제도의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심리부검 결과를 통해 밝혀진 자살사망 경로는 향후 추가 분석을 실시해 지방자치단체별 자살예방 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료급여 수급권자 등 저소득 취약계층의 자살 위험이 높은 것이 확인돼 방문 서비스를 활용해 자살위험 선별(스크리닝)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일차의료기관 우울증 검진자 대상 자살위험 선별 시범사업에 대해 대상 질환 등을 확대하는 방안 역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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