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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협의 테이블 앉는 한·일, '무역보복' 논리 대결이 관건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1 00:00

수정 2019.09.21 00:00

양자협의 테이블 앉는 한·일, '무역보복' 논리 대결이 관건

[파이낸셜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 정부가 20일 오후 7시께 우리 정부에서 요청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에 따른 양자협의 수락 의사를 주제네바 대표부를 통해 서한으로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WTO에 제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제소장 역할을 하는 양자협의 요청 서한을 일본 정부(주제네바 일본 대사관)와 WTO 사무국에 전달한 바 있다.

양국은 외교채널을 통해 양자협의 일정을 협의하기로 했다. 통상 WTO 제소 관련 양자협의는 과장급 실무자 선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후쿠시마 수산물 관련 WTO 분쟁에서도 양국은 과장급 양자협의를 가졌다.


양국은 향후 두달 동안 양자협의를 진행하게 된다. 양측의 견해가 좁혀지지 않으면 제소국은 60일 이후부터 1심 격인 패널 설치를 WTO에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최소한의 기간으로 양국은 필요하다면 협의를 계속해서 진행할 수 있다.

패널 설치 요청서가 접수되면 WTO 사무국은 재판관 3인을 선출하고 1심을 시작하게 된다. 1심 판정이 나올 때까지는 대략 12개월이 걸린다. 1심 결과에 불복하면 WTO 상소기구로 사건이 올라간다. 이러면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2~3년이 걸릴 수도 있다.

양자협의가 진행되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대한 해석을 두고 양국 간 논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일본 수출규제의 부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법률적 검토를 마쳤다면서 가트 1조와 10조, 11조를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우리 정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조항은 GATT 1조이다. 현재 일본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3개 품목에 대한 포괄허가를 제한하고 있다.

일본이 이 품목들에 대해 한국만을 특정해 개별허가로 전환한 것은 WTO의 근본원칙인 차별금지 의무와 최혜국대우 의무에 위반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최혜국 대우 의무는 같은 상품을 수출입 하는 과정에서 WTO 회원국들 사이에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 특혜를 부여했다가 보통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기 때문에 최혜국 대우 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반박한 바 있다. 또한 수출규제 조치를 시행한 이후 해당 품목에 대해 3건의 허가를 내주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가 수출관리제도 운용을 재검토한 것일 뿐 한국 정부에서 주장하는 '무역보복'으로 볼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스가와라 잇슈 경제산업상은 지난 11일 신임 경제산업상으로 발탁된 이후 지속적으로 우리 정부의 WTO 제소를 비판한 바 있다. 그는 "각국이 국제합의를 근거로 수출관리를 진행해왔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WTO 위반이라는 지적은 전혀 맞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일본의 입장을 확실하고 엄숙하게 밝히겠다"고 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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