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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내연기관차 퇴출 바람직한가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9 17:36

수정 2019.09.19 17:36

[여의나루]내연기관차 퇴출 바람직한가
최근 일각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내연기관차 퇴출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적이고 냉정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엔진부터 바퀴까지(Engine to wheel)'가 아니라 '유전부터 바퀴까지(Well to wheel)'라는 관점에서 보면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에는 전기동력차 1000만대를 포함, 약 13억대의 자동차가 있다. 2030년까지 다른 것은 일정하되 모든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전환한 후 이 중 절반만 동시에 충전한다고 가정하면 3000GW인 현재 발전설비 규모는 7500GW 규모로 늘려야 한다. 2030년께에도 주요 자동차 생산국의 사용에너지 중 75% 이상은 화석연료 사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을 고려할 경우 발전용 화석연료 증가로 인해 발전부문의 탄소배출은 현재보다 약 2.5배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연기관차 퇴출로 인한 탄소배출 감축분과 전기차용 발전에서 나오는 탄소배출 증가량을 비교하면 내연기관차 퇴출이 답이 되기 쉽지 않다.

올 4월 독일 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디젤자동차의 CO2 배출은 디젤의 상류인 원유 시추·생산 단계에서 24g/㎞, 주행 단계에서 117g/㎞가 발생함으로써 최종 배출량은 141g/㎞로 나타난다. 전기동력차는 발전원별로 배출량이 달라진다. 주행 시 CO2 배출량은 무연탄발전 전기 사용 시 159g/㎞, 갈탄발전 전기 사용 시 204g/㎞, 가스발전 전기 사용 시 83g/㎞로 나타났고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과 재활용에서도 CO2는 73~98g/㎞가 배출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무연탄발전 전기차는 232~257g/㎞, 갈탄발전 전기차 277~302g/㎞, 가스발전 전기차는 156~181g/㎞의 CO2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기차가 디젤차보다 더 많은 탄소가스를 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연기관차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이는 기술혁신 노력은 진행형이어서 어떤 에너지원을 쓰는 차량이 'Well to Wheel' 관점에서 친환경적인지는 아직 알 수 없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올 2월 개최된 파리 세계자동차협회(OICA) 총회가 자동차 에너지기술 관련 중립적·개방적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한 점은 참고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은 지난 28년간 굴욕을 당하면서까지 자동차산업 경쟁력을 높여왔다. 최근 변혁기에 접어들면서 세계시장 장악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가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는 브랜드와 경쟁력이 약했으나 전기동력차에서는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보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동력차 주무부처도 환경부가 아니라 산업부이고, 보조금도 국내외 브랜드 간 엄격하게 차등 지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자동차산업협회는 올 OICA 총회에서 2030년까지 세계 차원에서 내연기관차 퇴출을 선언하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전기동력차만 생산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원료조달의 어려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배터리 원료는 대부분 중남미, 아프리카 혹은 중국 등에 집중적으로 매장돼 있고 중국 기업들이 광산을 장악해가고 있어 우리 기업들은 언제든지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 점에서 전기차, 수소차, 경유차, 바이오메탄차, 가솔린차 등 에너지원별 자동차산업 포트폴리오는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 내연기관차 퇴출은 기후변화 대응관련 이 부분의 다양한 기술혁신 기회를 스스로 놓치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산업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
냉정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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