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에는 전기동력차 1000만대를 포함, 약 13억대의 자동차가 있다. 2030년까지 다른 것은 일정하되 모든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전환한 후 이 중 절반만 동시에 충전한다고 가정하면 3000GW인 현재 발전설비 규모는 7500GW 규모로 늘려야 한다. 2030년께에도 주요 자동차 생산국의 사용에너지 중 75% 이상은 화석연료 사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을 고려할 경우 발전용 화석연료 증가로 인해 발전부문의 탄소배출은 현재보다 약 2.5배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연기관차 퇴출로 인한 탄소배출 감축분과 전기차용 발전에서 나오는 탄소배출 증가량을 비교하면 내연기관차 퇴출이 답이 되기 쉽지 않다.
올 4월 독일 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디젤자동차의 CO2 배출은 디젤의 상류인 원유 시추·생산 단계에서 24g/㎞, 주행 단계에서 117g/㎞가 발생함으로써 최종 배출량은 141g/㎞로 나타난다. 전기동력차는 발전원별로 배출량이 달라진다. 주행 시 CO2 배출량은 무연탄발전 전기 사용 시 159g/㎞, 갈탄발전 전기 사용 시 204g/㎞, 가스발전 전기 사용 시 83g/㎞로 나타났고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과 재활용에서도 CO2는 73~98g/㎞가 배출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무연탄발전 전기차는 232~257g/㎞, 갈탄발전 전기차 277~302g/㎞, 가스발전 전기차는 156~181g/㎞의 CO2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기차가 디젤차보다 더 많은 탄소가스를 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연기관차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이는 기술혁신 노력은 진행형이어서 어떤 에너지원을 쓰는 차량이 'Well to Wheel' 관점에서 친환경적인지는 아직 알 수 없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올 2월 개최된 파리 세계자동차협회(OICA) 총회가 자동차 에너지기술 관련 중립적·개방적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한 점은 참고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은 지난 28년간 굴욕을 당하면서까지 자동차산업 경쟁력을 높여왔다. 최근 변혁기에 접어들면서 세계시장 장악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가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는 브랜드와 경쟁력이 약했으나 전기동력차에서는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보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동력차 주무부처도 환경부가 아니라 산업부이고, 보조금도 국내외 브랜드 간 엄격하게 차등 지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자동차산업협회는 올 OICA 총회에서 2030년까지 세계 차원에서 내연기관차 퇴출을 선언하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전기동력차만 생산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원료조달의 어려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배터리 원료는 대부분 중남미, 아프리카 혹은 중국 등에 집중적으로 매장돼 있고 중국 기업들이 광산을 장악해가고 있어 우리 기업들은 언제든지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 점에서 전기차, 수소차, 경유차, 바이오메탄차, 가솔린차 등 에너지원별 자동차산업 포트폴리오는 오히려 강화돼야 한다. 내연기관차 퇴출은 기후변화 대응관련 이 부분의 다양한 기술혁신 기회를 스스로 놓치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산업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 냉정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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