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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피습 충격 수개월 간다는데… 유가 100달러까지 뛸까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7 17:37

수정 2019.09.17 17:37

석유공급 줄어 유가 상승 불가피
브렌트유가 배럴당 72달러 ‘육박’
장중 상승폭 19.5%로 ‘사상최대’
7월수준 회복했을뿐 큰타격 없어
비축분 방출은 되레 역효과 지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가운데),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3국 정상회담 후 나란히 걷고 있다. 로이터 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가운데),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3국 정상회담 후 나란히 걷고 있다. 로이터 뉴스1
국제유가가 예상대로 폭등세를 기록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복구를 단기에 끝맺기 어려워 석유공급 감소가 앞으로 수개월간 시장에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시설복구가 얼마나 걸릴지에 따라, 또 이란과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유가는 적게는 75달러부터 높게는 100달러까지 뛸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고 갔던 1990년 걸프전과 달리 이번 충격이 세계 경기침체를 촉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사상최대폭 상승···중동 긴장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사상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가 장중 배럴당 12달러 가까이 뛰면서 72달러에 육박했고, 결국 지난주말보다 14.6% 폭등한 배럴당 69.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상승폭은 19.5%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근월물 가격이 장중 15.5% 뛴 63.34달러까지 치솟았다. 2008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마감가는 이보다 소폭 낮아 지난주말보다 배럴당 8.05달러(14.8%) 폭등한 62.9달러를 기록했다.

거래량도 50억배럴을 웃돌아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유가가 폭등하기는 했지만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줄만큼 뛴 것은 아니었다. 큰 폭으로 뛰었지만 유가는 그저 7월 수준을 회복했을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특유의 화법인 초강경에서 완화를 이번에도 적용해 사우디 석유시설 드론 공습의 배후로 지목되는 이란에 유화적인 태도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긴장은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드론 피습 직후 2017년 북한에 했던 최고 수준의 경고인 "전투채비를 하고 있다"는 표현을 동원했지만 이후 상황을 지켜보자는 식으로 물러섰고, 이날 개장 직전에는 트위터를 통해 "대응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렇지만 피습 당사자인 사우디는 어떤 식으로든 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유엔에 조사를 요청한 사우디는 이날 드론 공격에 이란 무기가 사용됐다고 발표하는 등 이란이 배후라는 점을 줄곧 주장해왔다. 미국 역시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얕잡아 보일 것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사우디가 이란에 대한 제재에 나설 것이란 전망들이 나온다. RBC 캐피털 마켓츠의 상품리서치 책임자 헬리마 크로프트는 "사우디가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으면 매우 허약한 것으로 보일 것"이라며 사우디가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크로프트는 "최소한 사우디가 예멘의 후티 반군 폭격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그러나 지금같은 (사우디 시설에 대한) 공격이 지속되면 이란에 대해 좀 더 직접적인 보복을 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가, 100달러까지 뛸 수도

이란과 긴장이 고조되고, 전세계 석유공급의 5%가 사라진 상황에서 당분간 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미국이 '필요할 경우' 비축석유를 풀겠다고 밝히고 있고, 사우디 역시 생산감축분을 자체 비축분으로 충당해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되레 시장에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축석유가 사우디 생산부족분을 메우기에 불충분할뿐더러 앞으로 석유공급에 추가로 문제가 빚어질 경우 충격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완충재가 사라져 유가 폭등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사우디 시설 복구에 6주 이상 걸릴 경우 브렌트가 배럴당 7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100달러 전망도 나온다.
유명 석유 애널리스트인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는 "이란과 긴장이 고조돼 전쟁으로 이어지면 100달러 유가가 재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시장의 공급여력이 이번 피습으로 완전히 사라졌다(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글로벌 플래츠)"는 탄식이 나올 정도로 이번 사우디 석유시설 피습 충격이 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공급 위축에 따른 세계 경기침체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UBS 글로벌 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마크 헤펄도 이미 제조업 활동 둔화, 무역전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는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악재인 것만은 틀림없다면서도 그렇다고 "단기간의 석유생산 차질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부를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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