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불화수소 국산화에도 ‘日 리스크’ 여전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6 18:40

수정 2019.09.16 18:40

섀도마스크·포토레지스트 등
핵심소재 대체에 2 ~ 3년 소요
日전략물자 지정땐 피해 전망
업계 ‘日 추가규제’ 불안 호소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가 일본 수출 규제 이후 불화수소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다른 핵심 소재인 섀도마스크, 포토 레지스트 등의 국산화에는 어려움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섀도마스크나 포토레지스트는 일본 의존도가 높은 데다 국내 업체들의 개발 단계가 낮아 국산화가 쉽지 않다"며 "각 업체마다 공정에 쓰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지만 현 단계에서 적용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이르면 이달 말 국내로 수입해오던 일본산 고순도 불화수소를 국산으로 대체한다. 불화수소는 액체 혹은 기체 형태로, 반도체·디스플레이의 세정 및 식각 공정에 주로 사용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이번에 국산화하는 불화수소는 반도체에 쓰일 수 있는 정도로 순도가 높은 불화수소"라고 전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국산 불화수소를 공정에 적용하는 최종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디스플레이용보다 순도 기준이 더 높은 반도체용으로도 국산 불화수소가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현재 일부 반도체 공정에 국산 불화수소를 사용하고 있으며, 향후 민감도가 높은 공정 또한 국산 제품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 내부에선 이 같은 성과에도 일본 무역제재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정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섀도마스크와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포토 레지스트, 실리콘 웨이퍼 등 일본 의존도가 높은 제품들의 국산화가 여전히 요원해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미 국내에서 개발이 많이 됐던 불화수소 외에 나머지 소재에 대해선 공정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소재 전량을 일본에서 수입하는 섀도마스크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부터 국산화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공정에 적용하기는 어려운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는 섀도마스크의 국산화 작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두 업체는 섀도마스크를 일본 다이니폰프린팅(DNP)과 토판프린핑(TPP)으로부터 전량 수입하고 있는데, 일본 정부가 백색 국가(전략물자 수출 시 허가를 면제해주는 우방 국가) 에서 한국을 배제한 만큼, 이 소재를 전략 물자로 지정할 경우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핵심 공정을 위한 소재를 국산화하는 데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일부 국산화에 성공한 불화수소의 경우도 초고순도 제품은 아직까지 국산화가 어려울 뿐만아니라 노광 공정 등에 쓰이는 포토 레지스트, 실리콘 웨이퍼 등 소재들도 완전 대체하기까지 최소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포토 레지스트 등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뚜렷히 국내에서 (대체할만한) 업체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일본 제재가 이제 2달 됐는데 완전히 대체한다는 건 무리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산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본 수출 규제 불똥이 다른 핵심 소재로 번질까하는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라고 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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