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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단기 실적개선 도움 되지만 불확실성 확대" [사우디 테러 후폭풍]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6 18:07

수정 2019.09.16 18:07

유가 장기간 상승땐 부정적 영향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석유시설 피폭의 영향으로 국제 유가가 장기간 상승할 경우 국내 정유업체들의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수요가 위축된 상태에서 공급 부문의 영향으로 가격이 인상될 경우 정유업체 수익의 바로미터인 정제 마진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미국·사우디의 원유 비축물량, 사우디 아람코 공장의 정상화, 중동 정세, 정유시설의 드론 공격 취약성 등 다양한 변수 때문에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 선물가격이 장 초반 10% 이상 급등하면서 국제 원유가격의 단기적 상승은 불가피해졌다. 외신에서는 사우디 정부의 원유시설 복구 속도에 따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현재 두바이유 기준으로 원유가격은 배럴당 50달러대 후반에서 60달러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은 국내 정유업체에 단기적으로 실적개선 효과를 가져다준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 차익으로 단기 실적개선에는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 달 이상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 원료가격 부담으로 수익은 급격히 나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수익은 원유가격도 중요하지만 정제 마진이 더 큰 영향을 준다"며 "수요가 침체된 상태에서 원유가격 인상은 정제 마진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사려는 사람이 많아 가격이 오르면 제품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수익도 좋아지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공급이 줄어들어 가격이 오르면 수익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번 사우디 아람코 사태는 공급 측면에서의 가격상승으로 정유사들에는 악재다. 정유업체들은 올해 전반기 정제 마진 하락으로 실적이 하락한 상황에서 하반기 실적개선을 기대하고 있었다. 9월 첫째주 정제 마진은 배럴당 5.4달러다. 특히 올해 상반기 정제 마진은 배럴당 1.7 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최고가도 4.7달러에 불과했다. 하반기에는 그나마 정제 마진이 소폭 상승하는 추세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 마진 상승으로 하반기 실적개선을 노렸지만 이번 사태가 어디로 튈지 몰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업계에서는 국제 원유가격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기적인 상승세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인 흐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날 아침에 국제 원유선물가가 20%가량 폭등했지만 미국, 사우디가 원유 비축량을 공급하겠다고 하면서 상승폭이 줄어들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이번에 공격당한 사우디 아람코 공장의 정상화 속도, 중동 정세가 원유가격을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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