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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 조례 공포 여부 '고심'

뉴시스

입력 2019.09.16 14:55

수정 2019.09.16 14:55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배·관련 상위법에 저촉될 우려 제기
【청주=뉴시스】충북도청 전경.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청주=뉴시스】충북도청 전경.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청주=뉴시스】천영준 기자 = 충북도의회가 일본 전범기업 제품의 공공구매를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한 가운데 도가 공포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조례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될 수 있는 데다 상위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16일 충북도에 따르면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이 지난 2일 도의회를 통과했다.

이 조례는 일본 전범기업이 생산한 제품의 공공구매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국산 제품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경우는 예외로 하도록 했다.

조례 적용을 받는 기관은 충북도 본청과 직속기관, 사업소, 출장소, 충북도의회 사무처, 도 산하 출자·출연기관이다.


충북도로 넘어온 조례는 20일 이내 공포해야 한다. 오는 23일이 마지막 날이지만 도는 공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전범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고 광범위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 때문에 공공구매를 제한해야 할 제품 품목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조례에는 '전범기업'을 대일항쟁기 당시 일본기업이며 대한민국 국민을 강제 동원해 생명·신체·재산 등의 피해를 준 기업이라고 했다.

이에 따른 자본으로 설립됐거나 주식을 보유한 기업, 이를 흡수 합병한 기업도 포함했다.

하지만 도는 이런 규정으로는 전범기업 명칭과 수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전범기업이 법에 명시되지 않았고 정부가 공식 발표한 자료가 없다는 이유도 내세웠다.

전범기업과 관련해선 국무총리실이 발표한 299개 기업이 전부다. 이 중 현존 기업은 284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조례가 시행되면 WTO 협정에 위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공구매 제한을 조례로 명문화하면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한국에 대해 수출규제를 하고 있지만 공공구매 제한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 조례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점도 제기했다.

법률 제6조(계약의 원칙)를 보면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이나 조건을 정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정부조달 협정 등에 가입한 국가에서 생산된 물품이나 용역 등 국제 입찰에도 해당한다.

도는 이 같은 이유로 조례 공포를 놓고 심사숙고하고 있다. 현재 관련 조례안을 가결한 시·도의회는 서울과 부산, 강원, 충북이다.

서울시는 조례 공포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와 강원도는 다른 시·도의 움직임을 살피는 분위기다.


반면 세종시의회와 충남도의회는 조례안 의결을 보류했다. 전범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조례안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제기되면서다.


충북도 관계자는 "조례를 검토한 결과 WTO 협정에 위배되고 상위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어 공포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며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불매 운동이 정부나 지자체가 조례로 명문화화 해 추진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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