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낭만 없지만 아쉬운 부탁도 없어… 한마디로 '유료 소개팅'[백문이불여일체험]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1 16:29

수정 2019.09.11 16:29

결혼정보회사 가연
매니저와 나는 '운명 공동체'
'조건으로 줄세운다'는 오해
취미·성격까지 파악위한 목적
가치관·결혼관 점검하는 계기로
가연결혼정보 강은선 팀장이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가연 제공
가연결혼정보 강은선 팀장이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가연 제공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시대이지만 민족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미혼남녀의 시름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각종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미혼남녀 절반 이상이 명절이 달갑지 않으며 그 이유로 잔소리를 꼽았다. 이들은 명절에 결혼 여부를 묻는 질문이 가장 듣기 싫은 잔소리라고 답했다.

'사람을 조건만으로 재단하고 줄세운다', '등급표가 있다', '돈만 받고 소개팅엔 신경도 안 써준다', '미끼로 내보내는 아르바이트가 있다'.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결혼정보회사에 대한 선입견이다. 진정성보다는 인위성이 강조되다보니 결혼정보회사에서 만나 결혼했다고 속시원히 말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결혼정보회사 '톱 3'만 해도 매년 3만~4만여건씩 성혼이 이뤄진다고 한다.
이는 한 해 혼인 건수의 10%를 훌쩍 넘는 수치다. 꽤 많은 사람들이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결혼하지만 주변에서는 거의 없다. 사람을 조건으로 줄 세워 인위적으로 껴맞추기 하는 것이 원인일까.

최근 서울 역삼동에 있는 결혼정보회사 가연 본사를 방문했다. 회원 가입 여부를 결정할 '상담'을 받기 위해서다. 최근 3년간 가연에는 3만7000여명(소셜데이팅앱 매치코리아 회원 제외)이 가입했다. 연간 1만2000명 이상이 가연을 찾은 것이다. 1층 리셉션에서 상담 예약 시간과 이름을 말하면 방 번호를 알려준다. 호텔 체크인과 유사한 시스템이다.

약속된 시간에 가연 커플매니저인 강은선 팀장을 마주했다. 이름을 묻고 나이를 적는데 벌써 면접을 보는 기분이다. 학교와 연봉을 묻고 다음 신체 조건으로 넘어간다. 신상털기를 당하면 이만큼 당황스러울까. 당황하고 있는 기자의 키를 대번에 맞힌 강 팀장은 워낙 사람을 많이 봐서 견적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부모님 직업을 물었다. '진짜 이런 걸 물어보는구나.' 여기까지는 딱딱하고 진입장벽 높은 선입견 그대로였다. '탈탈' 털렸지만 분위기가 무겁지 않은 탓인지 불쾌함보다는 당황이 남는다.

다음 질문은 선호하는 이성상이다. 뭔가 조건을 얘기해야 할 것 같았지만 그냥 평소 이상형을 말했다. "개그맨 이수근이요." 강 팀장의 반응은 의외였다. "그럼요, 유머 코드가 제일 중요해요. 저희도 매칭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입니다." 그러더니 사소한 것까지 꼼꼼히 챙겼다. 평소엔 뭘 하고, 뭘 좋아하며 어떤 취미와 취향이 있는지, 어떤 경우에 가장 행복한지 물었다. 성격이나 센스 매칭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나도 모르는 나를 분석하는 시간이었다. 가입 형태별로 약 5회 정도의 이성 만남을 제안하는 건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을 선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상담만으로 내 가치관과 결혼관을 점검 해볼 수 있었다. 나에 대해서 정리가 됐다.

강 팀장은 업계 경력 12년차다. 여태까지 200여쌍을 이어준 베테랑 매니저다. 그에게 월 평균 40여명이 가입한다. 관리 회원중 35~40% 성혼율을 자랑한다.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유명인들도 많이 온다. 가연은 전문교육을 이수한 성혼 컨설팅 분야 전문가들이 2대1로 밀착 관리한다. 정회원 1명 당 커플매니저와 매칭매니저 2명이 붙는다. 특히 상담을 한 커플매니저가 매칭매니저와 함께 커플 매칭까지 함께 한다.

요약하자면 나에 대한 모든 정보가 노출된다. 비단 조건만이 아니다. 외모는 물론 조건적인 것과 취미, 성격까지 나라는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가는 것이다. 사람을 재단해 등급 매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 사람을 완벽히 파악하겠다는 취지다.
매니저들도 나의 결혼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한 배를 탔다는 기분이다. 주변에 소개팅을 부탁하려면 아쉬운 소리를 해야하고 풀도 한정된다.
결혼정보회사는 풀이 굉장히 큰 유료 소개팅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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