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새 집행부, 대미 강경·IT공룡들과 격전 예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11 16:03 수정 : 2019.09.11 16:03

‘세금여인’ 베스타거 권한 강화로
‘EU 디지털법’ 전면 개정 이끌 듯
필 호건 위원도 美보호주의 비판
11월 출범… 갈등 완화 ‘물거품’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옌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당선자가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차기 EU 집행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신화 뉴시스
유럽연합(EU) 새 집행부가 미국과 갈등 고조를 예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그 어떤 이보다 미국을 혐오하는 인물"이라고 비난한 마르그레트 베스타거 경쟁담당 집행위원을 부위원장으로 승진시켰고, 새 교역담당 집행위원은 지명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미국의 보호주의를 강력히 비판했다. 11월 1일(현지시간) 새 집행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미국과 EU간 갈등 완화를 기대하던 목소리가 자취를 감추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옌 집행위원장이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을 대표하는 집행위원들을 지명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이달말 유럽의회 인준 청문회를 통과하면 11월 1일 새 집행위원회가 출범하게 된다.

■ 강경파 베스타거 권한 대폭 강화

구글에 82억5000만유로라는 막대한 과징금을 물렸던 베스타거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EU의 반독점 정책과 디지털 정책을 총괄하는 부위원장으로 책임과 권한이 강화됐다. 미국, 구글·애플 등 정보기술(IT) 공룡들과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폰데어 라이옌 집행위원장의 최대 '깜짝카드'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파격이다. 베스타거는 경쟁담당 책임자로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의 반독점적 행위를 계속해서 규제하는 한편 디지털 정책 총괄자로 'EU 디지털 서비스법' 전면개정도 이끌게 된다. 디지털법은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등이 불법 콘텐츠, 혐오 발언 등을 어떻게 걸러내고 감시하며, 차단해야 하는 지 등을 규정하는 법이다. 미 IT 공룡들에는 껄끄럽고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 정치인인 베스타거는 2014년 집행위원 자리에 앉은 이후 실리콘밸리의 숙적으로 명성을 떨쳤다. 구글에 막대한 과징금을 물린 것을 비롯해 애플에는 아일랜드로부터 받은 감세혜택 가운데 최대 130억유로를 토해낼 것을 명령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미 반도체 업체 퀄컴이 10년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업체들을 시장에서 몰아냈다면서 2억7100만달러 과징금을 매긴 바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반독점적 행위에 대한 새로운 조사도 최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때문에 베스타거를 "정말 미국을 싫어하는 '세금여인(tax lady)'"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폰데어 라이옌이 선임한 교역담당 집행위원은 아일랜드의 필 호건이다. 베스타거와 함게 집행위원을 연임하게 된 호건은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과 미 IT 공룡들의 유럽 시장 지배에 맞서 유럽의 이익이 보호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명 소식이 알려진 직후 호건은 아일랜드 국영 RTE 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강하게 대응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트럼프가 자신의 과오를 자각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면서 "그가 자신의 무모한 행동 가운데 일부를 포기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호건은 트럼프의 무모한 행동으로 중국과 무역전쟁을 비롯한 껄끄러운 관계, EU를 '안보위협'으로 칭하는 것 등을 들었다.

■ 미·EU 무역긴장 완화 기대 물거품

FT는 새 집행위원회가 미국과 긴장 완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 이가 있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에어버스 보조금을 둘러싼 미·EU간 관세 등 현안에 앞으로 자동차 관세를 포함한 무역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과 EU는 서로 에어버스와 보잉 보조금을 이유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보복관세를 주고받고 있다. 또 최근에는 프랑스의 디지털세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이 프랑스산 와인에 보복관세를 물리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자동차·부품 관세도 대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가 수입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결론을 일찌감치 내린 터여서 11월 중순까지 언제건 유럽을 포함한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보복관세를 물릴 수 있다.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현실화하면 유럽은 독일 자동차 업계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부터 오스트리아, 중유럽, 동유럽 등 EU 전역에 걸친 자동차 공급망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으로 비틀거리고 있는 세계 경제에 EU와 미국간 강대강 대결이 겹치면 심각한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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