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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불닭볶음면"…삼양식품, 韓보다 해외서 더 잘나간다

뉴스1

입력 2019.09.11 07:30

수정 2019.09.11 09:05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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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 매대에 삼양라면이 놓여져 있다. /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 매대에 삼양라면이 놓여져 있다. /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 "사람 먹으라고 만든 것이냐"라는 힐난을 받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식품업계에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관례처럼 단종 위기가 찾아왔다. 반전은 2014년 한 유튜버의 동영상에서 시작됐다. 서양인이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모습이 세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해당 동영상은 'fire noodle challenge'라는 제목을 달고 중국과 동남아로 퍼지며 불닭볶음면 위상을 180도 달라지게 만들었다.


삼양식품 수출이 국내 매출을 조만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불닭볶음면이 꾸준하게 인기를 끌고 있는 데다 중국 유통망을 교체한 덕분이다. 상품 생산 대부분을 담당하는 원주 공장 리뉴얼로 공급도 원활해졌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잘 나가는 매출 구조가 멀지 않은 셈이다.

◇ '불닭볶음면' 효과…해외vs국내 매출 엇비슷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 해외 매출은 2017년을 기점으로 급성장했다. 2016년 931억원에서 2017년 2051억원으로 2배 넘게 커졌다. 지난해에도 2000억원대 매출을 유지했으며, 올해 상반기 역시 1214억원으로 순항하고 있다.

반면 국내 매출은 2500억∼2600억원 수준에 정체돼 있다. 농심과 오뚜기와 점유율 싸움을 지속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올해 상반기도 1325억원을 기록한 만큼 예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틈을 타고 올해 상반기 기준 해외와 국내 매출 차이는 100억원 정도로 좁혀졌다. 올해 분위기를 반영하면 해외 실적 추월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삼양식품 수출의 1등 공신은 '불닭볶음면'이다. 2012년 첫 출시 당시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유튜브에 관련 동영상이 올라오자 매운맛에 익숙한 동남아·중국 매출이 급속도로 늘었다.

특히 불닭볶음면은 2016년 하반기 기점으로 무섭게 성장했다. 단일 품목 수출만으로 2015년 98억원에서 지난해 2825억원을 기록해 역대급 매출 성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상반기에도 1470억원을 팔아치웠다.

삼양식품은 해외 시장 대응에 발 빠르게 나섰다. 지난 1월 중국 '닝씽 유베이 국제무역 유한공사'와 현지 총판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수출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유통망에 변화를 줬다. 중국의 광범위한 지역을 공략하기엔 물리적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베이는 중국 전역에 폭넓은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 제과업체 가루비(calbee)와 네덜란드 건강기능식 브랜드 다비타몬(davitamon)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총판을 맡은 경험도 있다. 지금도 꾸준하게 중국 내 편의점·대형마트로 판매망을 넓혀가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유베이가 보유한 광범위한 물류시스템과 유통·마케팅 역량을 활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체계적으로 중국 시장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 원주공장 시설 교체 마무리…"해외 공장 설립 고민 중"

해외 인기에 삼양식품은 생산량 확대에 나섰다. 국내 공장 시설 교체는 물론 해외 공장 설립도 검토 중이다.

현재 삼양식품은 원주와 문막·익산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원주 공장이 생산량 약 75%를 담당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노후화한 원주 공장의 시설을 교체했다. 200억원을 투입해 2개 라인을 증설했으며, 추가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선 해외 매출 증가를 위해선 현지 공장 설립을 필수로 보고 있다. 물류비 절감뿐 아니라 빠르게 상품을 공급할 수 있어서다. 이미 경쟁사인 농심과 오뚜기는 해외 공장을 보유해 주변 국가에 공급 중이다.

다만 삼양식품은 해외 공장 설립에 대해선 조심스럽다. 원주 공장을 재편해 당장 물량 확보에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공시한 원주 공장 659억원 추가 투자 계획도 아직 실행 전이다. 해외 투자를 결정한다면 원주 공장 증설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원주 공장 생산만으로 국내외 공급에 여유가 있어 투자 결정이 급하지는 않다"며 "해외와 국내 투자를 두고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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