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北, 북·미대화 '요행수' 바라나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9 17:09

수정 2019.09.09 17:09

[기자수첩] 北, 북·미대화 '요행수' 바라나
북·미 대화가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실무협상을 7월 중·하순께 열어 비핵화를 진전시켜 나가기로 했지만 실무협상이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북한은 실무협상 개시에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 북·미 실무협상과 북한이 바라는 연내 북·미 정상회담은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뛰어넘는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확약이 필수적이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명확하게 제시했더라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이미 하노이에서부터 풀렸을 가능성이 높다.


'묵묵부답' 북한이 연내 북·미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톱다운' 방식 결판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시간을 최대한 끌고, 정상 간 단독회담에서 트럼프의 통 큰 양보를 노리자는 전략이다.

정공법대로라면 실무협상으로 북·미가 대안을 찾는 등 협상안을 구체화하고, 고위급회담을 통해 잠정합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대화가 지체된다면 이 과정은 생략되거나 긴박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즉 북한은 의도적으로 협상을 지연, 요행수를 바라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여전히 미국에 '태도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대화를 바라면서도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서는 한 치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이은 '살라미 전술'에 여러 번 당해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질서는 냉엄하다. 미국은 강대국이고 북한은 약소국이다. 요행수를 바란들 미국이 핵을 가진 북한에 너그러운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 지금이라도 북한은 체제보장과 완전한 비핵화라는 협상 주제를 토대로 제재 문제에 조금씩 접근해야 한다.


이제 북한이 변화를 보여줘야 할 때다.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고, 김 위원장의 말대로 경제를 발전시킬 의지가 있다면 대화에 나서는 것은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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