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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위에 국민연금… 자산 5조 미만 기업에 '주주 개입' 길 연다[마켓워치]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4 18:04

수정 2019.09.04 18:04

법령상 규제 대상 아닌 기업까지 통제·관리할 수 있는 案 내놔 논란
法위에 국민연금… 자산 5조 미만 기업에 '주주 개입' 길 연다[마켓워치]
국민연금이 초법(超法)적 '공정거래위원회' 역할을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받지 않는 기업에도 공정거래법을 준용해 주주활동으로 압박하는 것이다.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고,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을 높인다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취지를 넘어서는 만큼 '연금사회주의'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민영기업 경영개입 여지 높여

박선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4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국민연금의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공청회에서 "부당지원행위(내부거래 등) 및 사익편취행위를 최소한으로 막기 위해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자산 5조원 미만 기업에 대해서도 공정거래법의 지표를 정량적으로 사용하는 등 주주활동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법률상 위반사항에 대해서만 주주활동을 수행하는 경우 모니터링하지 못하는 주주가치 훼손 사례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23조2는 자산규모 5조원 이상 기업이 상장기업은 30% 이상(비상장기업은 20% 이상)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 또는 내부거래액이 200억원 이상일 경우 규제대상으로 보고 감독한다.


문제는 법령상 규제 대상이 아닌 자산 5조원 미만 기업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이 중점관리해 주주활동을 하자는 대목이다. 적극적 주주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범위의 엄격한 제한이라는 '브레이크'를 풀 수 있다. '법령상 위반 우려'라는 단서조항을 스스로 위배할 수 있는 만큼 스튜어드십코드의 당위성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법의 기준에 맞춰 이뤄져야 하는데, 국민연금이 더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기금 수익률을 높이는 본연의 목적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도 "헌법은 '국가경제상 긴절한 필요가 있을 때만 민영기업을 통제·관리할 수 있다'고 하는데 긴절한 필요가 없음에도 민영기업의 경영을 국민연금을 통해 통제·관리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수탁위 위원 선정도 '독립성' 논란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독립성 강화를 위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 선정방식 개편을 제시했다. 1안은 기금운용위 근로자·지역가입자·사용자 대표가 후보를 각각 10명 추천하고, 다른 영역 대표가 추천 후보 3명까지 거부권을 행사한 후 기금운용위원장이 위원으로 위촉하는 방식이다. 2안은 기금운용위원장이 자문을 통해 후보 30명을 추천하고, 기금운용위 각 대표가 5명씩 지명한 다음 기금운용위원장이 위촉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내놓은 2개안 모두 기금운용위원장(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을 위촉하는 구조여서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 해임에 대한 근거규정 신설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전삼현 교수는 "위원들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견제기능을 상실한다"며 "해임 근거규정을 신설하면 독립성을 스스로 해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도 "수탁위 위원 위촉에 대한 최종 결정을 기금운용위원장이 하는 것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수탁자책임전문위는 이해관계자들이 추천해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다보니 의견절충이 되지 않는 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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