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얼마예요, 원산지는요?" 물어볼 필요 없는 시장[전통시장과 함께하는 재래夜 놀자]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4 17:14

수정 2019.09.04 17:14

서울 고척근린시장
상인들 통일된 설명판 만들어..제품명·원산지·가격 100% 표시
동선 넉넉하고 지붕 설치해 쾌적..작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지정
전통저잣거리 콘셉트로 변신 예고
지난 7월 30일 찾은 서울시 구로구 고척근린시장 전경. 아케이드 아래로 시장 점포가 일렬로 늘어섰다. 고객 동선을 확보했다. 사진=김대현 인턴기자
지난 7월 30일 찾은 서울시 구로구 고척근린시장 전경. 아케이드 아래로 시장 점포가 일렬로 늘어섰다. 고객 동선을 확보했다. 사진=김대현 인턴기자
고척근린시장은 고객 편의를 생각해 카트무료 대여 서비스도 진행한다. 고객에게 세심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이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사진=김대현 인턴기자
고척근린시장은 고객 편의를 생각해 카트무료 대여 서비스도 진행한다. 고객에게 세심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이다. 사진=김대현 인턴기자
고척근린시장 상인들은 '가격정찰제'에 따라 모든 품목에 원산지·제품명·가격이 표시된 설명판을 달아야 한다.사진=김대현 인턴기자
고척근린시장 상인들은 '가격정찰제'에 따라 모든 품목에 원산지·제품명·가격이 표시된 설명판을 달아야 한다.사진=김대현 인턴기자
서울 고척동 고척근린시장에는 키를 잴 수 있는 붉은 색 막대 자가 세워져 있다. 고척(高尺)이라는 지명은 긴 자로 농산물을 측정해 교환하던 장소에서 유래했다. 고척근린시장은 마구잡이로 늘어선 시장이 아닌, 자 눈금처럼 명확한 가격표시제 100% 시행을 자랑한다.

■시설 현대화, 가격실명제

서울 고척근린시장에 들어서자 가격, 원산지, 제품명이 적힌 '제품 설명판'이 눈에 들어왔다. 상인들이 가격실명제를 지키기 위해 통일된 설명판을 직접 만들었다. 시장의 맛인 흥정과 덤도 있지만 우선 고객 편의를 먼저 생각해서다.

가격표시제는 전통시장이 현대 고객 입맛에 발맞춰 나가겠다는 의지다. 점포 판매대에 놓인 잡곡, 과일, 건어물까지 제품 설명판을 달았다. 완두콩, 귀리, 병아리콩도 국산, 페루, 캐나다산으로 명확히 표시됐다. 김영태 고척근린시장 상인회 총무는 "전국 20개 가격표시 시범시장 중 우리 시장이 모범사례"라고 설명했다.

고척근린시장 주 고객은 지역 주민이다. 주요품목은 농수산물, 식품 및 잡화 등이다. 67개 점포, 130여명 상인이 단합해 '작지만 강한 시장'을 꿈꾼다. 시장을 지나는 유동인구가 하루 평균 4000명이 넘는다.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가격표시 뿐 아니라 상인회 규칙을 만들고 청소도 자주 한다. 깔끔하고 단단한 느낌이 시장 곳곳에 박혀있다.

고척근린시장은 자로 잰 듯 일직선으로 점포가 늘어섰다. 판매대로 길을 막지 않고 고객 동선을 확보했다. 아케이드 지붕도 설치해 비와 해를 막아준다. 시장을 찾은 윤태자씨(76)는 "물건들도 싱싱하고 싸서 동네 주민들이 많이 온다. 햇빛도 잘 막아준다"며 "동네에 이런 시장 있으니까 좋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은 변화를 위해 애쓴다. 20년째 야채장사를 한 상록상회 서상록 대표(52)는 "가격표시를 보고 손님이 깎아달라는 소리를 안 하면 우리도 편하다"며 웃었다. 이어 "예전엔 질서도 없이 장사했지만 이젠 훨씬 깔끔해 졌다"고 말했다.

■전통저잣거리 콘셉트 시장으로 도전장

고척근린시장은 지난해 문화관광형(문광형) 시장으로 지정됐다. 문광형시장은 전통시장을 지역 고유자원과 연결해 특화시장으로 키워내는 중소벤처기업부 지원 사업이다. 고척근린시장은 오는 2021년까지 전통저잣거리 시장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김용옥 고척근린시장 사업단장은 "고척근린시장만의 먹거리 자체브랜드(PB) 상품도 만들어 행사와 접목시킬 계획이다. 청사초롱, 기와를 이용해 시설물도 새롭게 꾸밀 예정이다"며 "지역주민이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부에서 시장의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시장이 직접 행사를 주최하며 지역주민 뿐 아니라 외부 관광객까지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17일엔 '행복더하기 축제'를 열어 노래자랑 및 전통먹거리 시식 행사를 마무리했다. 오는 9월에는 '추석명절이벤트'를 열고 노래자랑 및 경품증정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형일 상인회 회장은 "욕심이라면 시장에 볼거리를 더해서 외국인 관광객이 오는 거다"며 "시장 외형을 전통에 맞게 만들고 먹거리 상품을 개발해 경쟁력을 갖추려 한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김대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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