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금리인하에도 銀 정기예금에 11조 뭉칫돈…650조 돌파

최종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4 16:39

수정 2019.09.04 17:44

[파이낸셜뉴스]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들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 초반대까지 떨어졌지만 5대 시중은행에 지난 8월에만 11조원이 넘는 시중자금이 몰렸다. 월별 기준으로 올들어 최대 증가액이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 한·일 경제갈등,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불완전판매 논란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시중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8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651조93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7월과 비교해 11조5541억원 급증한 것으로 증가액이 연중 최고치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았던 전년 동기(7조7860억원 증가)와 비교해도 올해 상승폭이 더욱 가팔랐다.


국민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8월에만 3조7404억원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농협은행의 정기예금도 전월 대비 3조448억원 늘었다. 우리은행의 정기예금은 지난달 2조3511억원 증가했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1조4195억원, 9983억원 늘었다.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관망 심리가 확산되자 상대적으로 안전한 은행 예금상품에 시중자금이 몰리고 있다.

특히 지난달 일부 시중은행들이 판매한 파생결합상품에 대한 불완전 판매 논란이 불거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주식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파생결합상품 논란까지 겹치면서 투자 상품에 대한 기피현상으로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PB는 "불확실성을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강해지면서 금리가 낮아졌지만 예금 수요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며 "안전자산 선호현상 강화로 금 관련 투자 문의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골드바 등 금 관련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KRX금시장의 8월 하루 평균 거래량은 163.2㎏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100㎏을 넘어섰다. 7월과 비교하면 405.8% 급증한 수치다. 8월 누적 거래량은 3427㎏으로 전월 대비 361.8% 증가했다.

아울러 시중은행들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금 비율)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특판상품을 운영하는 등 예수금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도 은행 정기예금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현재 새로운 예대율 기준을 적용하면 100%에 육박하거나 초과하는 상황인데 100%를 넘어서면 대출 취급이 제한되는 등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예대율 계산식의 분모인 예수금을 늘리는 형태로 예대율 낮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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