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민경식 DSK기계 대표 "기술력 세계 최고지만 불황에 자금난… 투자자 만나길 고대" [인터뷰]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2 18:28

수정 2019.09.02 18:28

대형공작기계 기술 독일 수준..일시적 어려움에 사라질까 걱정
컨테이너항만 자동화 기술..한·미 특허 얻어 독점권 보유
'48%.'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지원을 받아 기술개발에 성공한 중소기업 중 사업화에 성공한 비율이다. 중소기업이 제대로 된 사업 기회를 잡지 못해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고도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다. 특히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투자를 받아 사업을 펼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는 단순히 기술력만으로는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탄탄한 재무구조와 축적된 성공사례들이 없이는 투자는 언감생심이다. 사업화 기회를 놓치고 사라지는 기술들이 미래 한국을 먹여살릴 씨앗일지도 모른다.
파이낸셜뉴스는 그 씨앗이 싹을 틔울 수 있도록 뛰어난 기술력을 지녔지만 일시적 자금난을 겪고 있는 혁신기술 보유업체를 집중 조명한다. 기술력을 지닌 중소기업과 투자자를 연결시켜주는 가교 역할도 담당할 계획이다.

민경식 DSK기계 대표가 컨테이너 자동화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민경식 DSK기계 대표가 컨테이너 자동화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DSK기계의 대형공작기계 기술력은 이미 세계 최고의 독일 수준에 다다랐다."

민경식 디에스케이(DSK)기계㈜ 대표는 "어떻게 한국 기업이 독일 기술수준에 어깨를 견줄 수 있느냐며 반신반의하던 중공업 기업들이 그간 우리 회사가 성공한 프로젝트들을 보여주면 깜짝 놀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형공작기계 분야에서는 독일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을 지녔고, 일본·이탈리아가 그 뒤를 쫓고 있다는 게 세계적인 인식이지만 민 대표는 "두산중공업, 두산엔진의 대형공작기계들을 전면 개조하고 현대화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했지만 일시적인 경영난으로 인해 투자자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형공작기계는 선박 엔진 등 대형 중공업 부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기계를 말한다. 민 대표는 1995년 '리트로핏(Retrofit)'을 시작으로 대형 공작기계 사업에 뛰어들었다. 리트로핏은 노후한 공작기계를 다시 분해했다가 조립하면서 성능을 유지·보수해주는 작업이다. 보통 완성된 지 15~20년이 지난 기계들이 대상이다. 당시 민 대표는 독일의 대표적인 업체 도리스 샤만의 공작기계를 한국에 수입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1975년 경 국내에 들어온 공작기계들이 대거 리트로핏이 필요한 상황이 되자 도리스 샤만이 민 대표에게 유지·보수 합작회사를 제안했고 DSK기계㈜가 만들어졌다. 세계 최고인 독일 기술이 한국 기업에 스며들게 된 계기다.

한국의 조선업 호황도 민 대표를 도왔다. 당시 거대 중공업그룹으로 성장한 STX에 이어 포스코, 세아제강 등에서 리트로핏 성과를 바탕으로 대형 공작기계를 수주하며 성공사례를 쌓아갔다.

하지만 2008년 리만브라더스 사태와 한국 조선업 불황은 그를 비껴가지 않았다. 그는 "2009년 당시 상장을 준비 중이었는데 실적은 괜찮았지만 주문이 크게 감소해 10년 이상의 물량이 없어 경영난에 직면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곧 대형공작기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는 그는 DSK기계㈜가 가진 기술이 사장될까 근심이 크다. 10여년간의 극심한 불황으로 대형공작기계 업계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신규, 노후 기계 교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투자유치가 이뤄지면 세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업체를 압도하는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지고 있다. 그는 회사 기술력을 알아주는 투자자가 나타나기를 바라고 있다.

포스코의 '롤 그라인더' 교체 수요도 한줄기 희망이다. 지난 2013년 포스코와 국책과제로 공동개발한 롤 그라인더의 경우 이미 품질과 기능이 세계 최소 수준임 검증됐다. 이미 포스코 라인에 투입돼 독일 기계와 동일한 수준의 성과를 낸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민 대표는 "주 경쟁업체인 일본의 도시바와의 경쟁에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컨테이너항만 자동화도 그가 회사의 재도약을 위해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다. 현재 전 세계 컨테이너항만이 자동화를 통해 비용절감과 운영 효율성 제고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컨테이너를 고정하는 '트위스트락'이다.

민 대표는 "현재 자동화된 컨테이너항만의 필요 인력 중 약 70%에 달하는 인력이 트위스트락 탈부착에 투입되고 있다"며 "탈부착을 자동화하는 건 차라리 쉽다. 트위스트락을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민 대표는 보잉사 수주 전에서 만난 인연을 통해 미국 컨테이너항만의 자동화 기술 개발을 제안받았다. 미국과 한국 항만을 분주히 오가며 연구를 거듭한 끝에 DSK기계㈜만의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었다.
민 대표는 한국과 미국에서 특허를 얻어 이 기술의 독점권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해외 투자와 워크아웃을 통해 채무조정이 이미 완료돼 재무상황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공작기계 기술력과 컨테이너 자동화 특허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아 세계적인 기술들이 사장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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