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영 칼럼]

지금이 관광산업 키울 기회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2 17:29 수정 : 2019.09.02 17:29

해외여행 탈일본 현상 뚜렷
국내유턴 위해 지혜 모아야
파격적 규제혁신·투자 필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이후 일본을 여행하는 한국인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변화의 패턴이 강하고 지속적이다. 베트남과 중국, 대만 등이 예상치 못한 특수를 만났다. 한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이들의 경쟁이 뜨겁다.
지금이 우리에게도 절호의 기회다. 탈일본하는 관광객을 국내로 U턴시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신용카드 기업 마스터카드는 매년 외국인 여행자들이 해외에서 지출한 금액을 국가별로 집계해 발표한다. 지난 7월 발표된 2018년 집계액 순위에서 한국은 6위를 차지했다. 1위는 미국, 2위는 중국이었다. 해외여행은 견문을 넓히고 국력을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분수에 넘치면 곤란하다.

세계은행(WB)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2위, 1인당 국민소득(GNI)은 30위를 기록했다. 인구 수로는 28위다. 해외여행자 지출액이 세계 6위라는 것은 과하지 않은가. 이웃 일본과 비교해보면 실상은 더욱 극명해진다. 일본은 GDP가 세계 3위인 나라다. 경제력은 우리의 3배를 넘고, 인구도 2.5배나 된다. 그런 일본도 해외여행자 지출액 순위는 7위로 우리보다 한 단계 낮다. 국가의 경제력이나 소득수준, 인구 수 등에 비춰볼 때 한국인의 해외여행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우리 선배들은 해외에서 벌어 국내에서 썼다. 베트남과 중동에서 벌어와 국내에 공장을 짓고, 집도 장만하고, 자식들 교육도 시켰다. 요즘은 정반대다. 국내에서 벌어 해외에서 쓰는 풍토가 일반화됐다. 지난 5년간(2013~2018년) GDP가 25%가량 커졌지만 해외여행자 수는 두 배로 늘었다. 올해는 3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은 국민 1.7명당 연간 한 번꼴로 해외여행을 하는 나라가 됐다.

반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 속도는 더디다. 외국인 한 사람이 들어올 때 한국인 두 명이 해외로 떠난다. 심각한 불균형이다. 이로 인한 여행수지 적자만 연간 170억달러(유학·연수 포함)나 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0조원에 달한다. 해외여행을 떠나면 소비와 일자리도 함께 해외로 빠져나간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산업연관표(2015년)에 따르면 매출액 10억원당 서비스산업에서 15.2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우리 국민의 과도한 해외여행으로 매년 청년들에게 돌아갈 일자리 30만개가 사라지고 있다.

여행수지 불균형이 가장 심각한 곳이 일본이다. 지난 5년간 일본에 간 한국인은 3.1배로 늘었다. 반면 한국에 온 일본인은 겨우 7% 늘었을 뿐이다. 그 결과 지난해 일본을 여행한 한국인이 한국을 여행한 일본인보다 464만명이나 많았다. 극심한 불균형은 관광산업 경쟁력 격차가 원인이다. 격차가 벌어진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2013년만 해도 상황은 반대였다. 당시 일본은 제조업 강국이었지만 관광산업은 취약했다. 그러나 불과 5년여 만에 관광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키웠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은 결과다.

우리도 일본처럼 관광산업을 단기간에 키울 수 있다. 제조업은 단기간에 비약적 성공을 거두기 어렵지만 관광산업은 가능하다. '제조업=생산업종, 관광산업=소비업종'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면 된다. 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공장이며, 미래형 성장산업이다. 같은 금액을 관광산업에 투자하면 제조업에 투자할 때보다 두 배나 많은 일자리가 생긴다. 그럼에도 한국은 관광산업을 세제·금융 면에서 제조업보다 차별대우하고 있다. 그 족쇄를 풀어야 한다. 관광산업에 대한 파격적 규제혁신과 투자확대가 시급하다. 기회는 여러 번 오지 않는다.

y1983010@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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