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거대 중앙분리대에서 역사·시민광장으로..새로 태어날 광화문, 소통이 먼저다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김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01 18:25

수정 2019.09.01 18:27

김두일 정책사회 선임기자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뜨거운 감자'
도로 지하화하고 광장 3.7배 확장..서울시 "미룰수 없는 과제" 사업 박차
행안부는 "일정 늦춰달라" 반대 목소리
재구조화 추진 과정 '소통 부족' 지적..교통 문제와 함께 목적 놓고도 논란
사회적 담론 의제화해 민관 머리 맞대야
거대 중앙분리대에서 역사·시민광장으로..새로 태어날 광화문, 소통이 먼저다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역사와 미래가 같이하는 공간' '국가중심 공간' '이용자의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이용에 열려있는 비움의 공간' '일상과 비일상이 소통하는 공간'. 광화문광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논의해 온 광화문포럼이 2017년 5월 시민 집단지성의 결론으로 내어놓은 광화문광장의 원칙과 방향이다. 포럼은 2016년 6월 전문가 50여명, 시민 100여명 그리고 서울시 공무원들로 구성돼 1년여간 20여차례 포럼과 토론회를 가졌다. 포럼은 광화문광장 재조성 원칙과 방향을 토대로 광화문 일대 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 보행광장을 조성하는 안을 서울시에 제안했고, 따라서 공은 서울시로 넘어갔다. 그러나 이 사업을 행정안전부가 반대하고 있다. 본지는 최근 또다시 뜨거운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와 관련한 이슈들을 점검해 봤다.
거대 중앙분리대에서 역사·시민광장으로..새로 태어날 광화문, 소통이 먼저다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김부겸 전 행안부 장관)

"절대 안되는 일이 어디 있냐."(박원순 서울시장)

이는 지난 1월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놓고 양 기관장이 벌인 설전이다.

그랬던 이 갈등은 신임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의 취임과 함께 봉합되어 가는 듯했다. 그런데 행안부는 지난 7월 30일 돌연 '광장 재구조화 사업 일정을 늦춰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서울시에 보냄에 따라 양측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에 따르면 광화문재구조화 사업 자체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월대복원, 교통대책 등 국민과 시민들의 이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공감을 얻는 과정이 선행된 이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착수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얘기하듯이 문화재청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국가사업인 만큼 광화문광장 사업에 서울시뿐 아니라 정부의 책임과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의의

광화문 재구조화는 '일제강점기 훼손된 역사성을 회복'하고 거대한 중앙분리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차량에서 보행중심 공간' 일상과 비일상이 공존하는 '시민중심 대한민국 대표공간 조성'에 의의가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1990년부터 경복궁 복원의 일환으로 30년간 추진돼온 광화문 월대와 해태, 동·서십자각 등 문화재 복원에 대한 정부의 숙원과 보행성 미흡 등 현재의 광장이 갖는 부족함을 극복하려는 시민들의 요구가 모처럼 맞물리면서 사업추진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시의회를 비롯해 행안부와 시민사회에서 지적하고 있는 소통부족에 대해, 서울시는 "겸허하게 수용하고 보다 더 폭넓고 다각적인 방식으로 대화하면서 오해는 해소하고 공감대는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실현가능한 것이 최적안

서울시는 약 1년간의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차도 전면 지하화를 우선적으로 검토한다. 다만 광화문포럼이 제안한 광장 안도 기술검토가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제안됐기 때문에 추가 대안으로 부분지하화, 지상 우회 등 다양한 대안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면밀한 검토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기술검토 결과 지하차도 안은 교보문고 앞과 경복궁 좌우에 폭 20m, 길이 150m 규모의 진출입 옹벽이 총 3개소 설치됨에 따라 경복궁 전면 역사경관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편 지하차도 안에서 삼거리 교차로가 운영돼야 하므로 교통안전에 대한 위험 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또 지하차도가 현재의 지하철 3호선과 가까워 시공과 유지관리가 어렵고, 약 6년의 장기간 공사에서 발생할 시민불편과 50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재정투입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광화문의 역사성, 상징성 등 광화문포럼에서 제안한 광장 조성철학을 구현하면서 실현 가능한 대안이 모색된다. 서울정부청사 뒷길을 확장해 우회하는 현재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안이다.

거대 중앙분리대에서 역사·시민광장으로..새로 태어날 광화문, 소통이 먼저다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역사광장'과 '시민광장'

새로 태어날 광화문광장은 현재 '고립된 섬' 같은 광장과 달리 보행이 자유롭고 시민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광장으로 바뀐다. 경복궁 전면에는 약 3만6000㎡의 역사광장이 조성된다. 경복궁과 광화문 역사광장이 연결되고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광화문 월대(月臺:궁전 건물 앞에 놓는 넓은 단)와 동십자각 궁장 등 경복궁 문화재가 복원된다. 역사광장 남측은 2만5000㎡의 시민광장이 조성된다. 시민광장은 현재 10차로인 세종대로를 6차로로 줄여 광장을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확장하는 것이 주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광화문광장은 지금보다 약 3.7배가 확장된다.

■도시정원으로 바뀌는 세종대로

새 광화문광장은 시민편의와 환경을 먼저 생각했다. 휴식공간, 조경과 식재, 친환경 유지관리 계획 등이 그것이다. 우선 역사광장 남측의 시민광장을 포함한 세종대로 일대에 1000그루의 교목, 2만그루의 관목, 20만주의 지피초화류와 함께 도시정원이 조성된다. 이렇게 조성된 정원은 주변 지하철역에서 유출되는 하루 약 3만t의 지하수를 조경 유지관리와 도로 청소용수로 활용해 혹서기 온도를 낮추고 미세먼지도 저감할 수 있다. 또 선큰 공간과 테라스 정원 사이에는 낙차를 이용한 계단형 물길 조성을, 휴게공간 곳곳에는 미러폰드(거울 연못) 등 수경시설도 들인다.

■달라지는 광화문 일대 교통지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로 인해 세종로는 10차로에서 6차로로 축소하지만 교통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율곡로는 우회해 기존 차로를 유지한다. 다만 사직로·율곡로 선형 변경과 세종대로는 10~12차로를 6~8차로로 축소해 동·서 간선축 일부 구간에 교통지체가 예상된다.

또 도심 내 순환 중인 50개 버스노선도 광화문광장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기존 노선 조정이 요구된다. 또한 광화문광장 주변 노상 구간에 나눔카·따릉이 등 공유교통 수단을 대폭 확대해 출퇴근 시 이동편의를 높인다는 것이 서울시의 생각이다.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수요를 대폭 대중교통으로 전환하기 위해 GTX-A 노선에 광화문역사 신설과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등 지하 교통수단 사업도 연계 추진된다.

■사회적 담론으로 풀어야

광화문광장 운영과 관련해 '일년 내내 펼쳐지는 행정기관의 기획행사' '과잉행사로 인한 무분별한 몽골천막과 소음, 광화문을 가로막는 무대' '조악한 물건들의 판매행위' 등의 비판도 제기된다. 이런 광장 운영상의 문제는 편측차선을 막는 광장 안이든 전면 보행공간이 되는 광장 안이든 똑같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지 현재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만이 갖는 고유한 문제는 아니다. 일상과 비일상, 채움과 비움이 공존하는 행사 운영과 성숙한 집회·시위 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는 별개의 사회적 담론으로 의제화해 민과 관이 머리를 맞대고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의 목적과 가치가 역사성의 복원인지, 시민공간의 환원인지, 최소한의 교통흐름의 유지인지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전 국민의 애정과 관심이 집중되는 광화문광장에 대해 할 말도 많고 의견은 다양할 수 있다.
문제는 오히려 다양한 가치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어떻게 균형감 있게 구현할 것인가에 있다.

dikim@fnnews.com 김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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