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김상조 靑정책실장 중재 무색…SK-LG 배터리 갈등 격화

뉴스1

입력 2019.09.01 15:20

수정 2019.09.01 23:27

김상조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본수출규제 대응 당·정·청 상황점검 및 대책위원회 2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8.2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김상조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본수출규제 대응 당·정·청 상황점검 및 대책위원회 2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8.2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권영수 LG부회장(오른쪽)이 지난 3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57기 (주)LG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9.3.2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권영수 LG부회장(오른쪽)이 지난 3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57기 (주)LG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9.3.2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 뉴스1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 뉴스1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SK와 LG의 전기차 2차 전지 소송과 관련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재하는 5대 기업 모임에서 여러 차례 화해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뜻을 밝혔고, 김상조 정책실장이 중재에 나섰지만 양사 간 입장차가 워낙 커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일 정치권과 재계 등에 따르면 김상조 실장이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5대 기업 모임에서 SK와 LG의 배터리 소송전과 관련해 중재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이 주재하는 일 수출 규제 대응 모임에는 SK그룹에서는 김준 수펙스 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SK이노베이션 사장)이, LG그룹에서는 권영수 ㈜LG 대표이사 부회장이 참석하고 있다. 권영수 부회장과 김준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동문으로 권 부회장이 4년 선배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2일 각의를 열고 한국을 수출 간소화 절차 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배제하자, 김 정책실장은 사흘 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 기업인들을 만나 상시 소통 채널을 열고 협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김 실장 주재로 지난달 8일 첫 모임을 한 이후 상시로 모임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까지 언론에 알려진 것만 두 차례다.

이 자리에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직도 맡은 김준 사장이 지난 4월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 '일본 수출 규제로 어려운 때인 만큼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풀어가길 원한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 정책실장이 일본의 수출 규제로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LG는 강경한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일본 수출 규제로 5대 기업 경영진을 불러 모은 김상조 정책실장이 졸지에 두 회사의 중재자 자리에 앉게 된 격"이라며 "어찌 보면 두 회사 간 다툼을 어떻게 원만하게 중재하느냐가 김 실장의 첫 과제처럼 됐다"고 말했다.

지난 4월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및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제소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인력을 70여 명을 빼가고 이를 통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게 LG화학의 주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제소에 대해 불필요한 문제제기이며, LG화학 직원들의 처우가 열악한 때문에 이직자가 많은 것은 아닌지 짚어보라고 맞섰다.

일본이 한국을 수출 간소화 절차 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서 두 기업이 곧 화해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은 정부와 민간기업 모두가 육성하려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이미 시작과 동시에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시장 주도권을 잡으려는 한중일 삼국간의 경쟁이 치열한 산업이기 때문에 한국 업계가 최소한 자중지란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특히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의 대일본 수입이 원활치 않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두 기업의 화해가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분리막은 배터리에서 전기를 만드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분리해 이온만 통과시키는 소재로, 배터리의 안전성을 결정짓는다. 배터리 재료비 원가의 20%를 차지해 양극재 다음으로 고가다. SK이노베이션은 이 분리막을 생산하지만, LG화학은 일본 업체들로부터 이를 수입해 왔다.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일본산 수입이 원활치 않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자 SK이노베이션은 '국내 경쟁사(LG화학)에 분리막을 공급할 수 있다'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기도 했다.

LG화학은 이와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반드시 SK이노베이션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분리막 수입은 일본의 자율준수무역거래자(ICP기업·Internal Compliance Program)' 인증을 활용하면 화이트국가 배제 이전처럼 수입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ICP제도 취지대로 수입에 차질이 없게 되면, LG화학이 굳이 SK이노베이션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된다.

이런 중에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지속적인 대화를 시도했지만, 진전이 없자 결국 지난달 30일 '맞소송'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30일 소송 제기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 직전인 29일 늦은 시간까지 대화를 시도를 했고, 맞소송 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LG화학은 직접적인 대화 요청도 없었던데다 사과부터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결국 대화에 의한 해결이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 SK가 소송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화학의 미국 현지 법인인 LG화학 미시간(LG Chem Michigan Inc.)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ITC와 연방법원에 제소할 계획이다. LG화학의 배터리 셀을 공급받아 배터리 모듈과 팩을 생산해 특정 자동차 회사 등에 판매하고 있는 LG전자도 연방법원에 제소한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기업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한 경제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국민적인 바람과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보류해 오다 더 지체할 수 없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공식적, 직접적으로 대화를 요청해 온 적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또 SK이노베이션의 직접적인 사과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맞소송으로 분쟁이 커지고, 그 분쟁으로 외국 경쟁기업만 이익을 취할 것이 불보듯 훤하다"며 "여기에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외 변수가 악화일로에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배터리 소송 이슈가 더 커지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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