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투자성향 점수 3달새 56점↑…DLF 가입 위해 올렸나?

뉴스1

입력 2019.08.30 06:05

수정 2019.08.30 06:05

지난 3월 모은행 모지점의 한 PB로부터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가입한 A씨, B씨의 투자자정보 확인서. A씨, B씨는 동일한 PB로부터 지난해 12월 단기채권에 가입할 때는 투자성향 점수를 39점(5등급), 44점(4등급)을 받았지만 3개월 뒤인 DLF 가입시에는 50점 이상 올라 95점으로 DLF 가입 조건인 1등급을 받았다. © 뉴스1 김도엽 기자
지난 3월 모은행 모지점의 한 PB로부터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가입한 A씨, B씨의 투자자정보 확인서. A씨, B씨는 동일한 PB로부터 지난해 12월 단기채권에 가입할 때는 투자성향 점수를 39점(5등급), 44점(4등급)을 받았지만 3개월 뒤인 DLF 가입시에는 50점 이상 올라 95점으로 DLF 가입 조건인 1등급을 받았다. © 뉴스1 김도엽 기자


지나 21일 이 입수한 모은행 모지점 피해 투자자들의 DLS 상품 가입 관련 '투자자정보 확인서'. 확인서에는 투자자별 수입·파생상품 지식 수준 등이 달라도 투자자성향분석 설문 항목엔 '1·5·1·1·1번' 순으로 동일하게 체크돼있다. 이 투자자들은 모두 DLS 상품 가입 대상자인 1등급(95점, 공격투자형)으로 분류됐다. © 뉴스1 김도엽 기자
지나 21일 이 입수한 모은행 모지점 피해 투자자들의 DLS 상품 가입 관련 '투자자정보 확인서'. 확인서에는 투자자별 수입·파생상품 지식 수준 등이 달라도 투자자성향분석 설문 항목엔 '1·5·1·1·1번' 순으로 동일하게 체크돼있다. 이 투자자들은 모두 DLS 상품 가입 대상자인 1등급(95점, 공격투자형)으로 분류됐다.
© 뉴스1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대규모 원금 손실로 논란이 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가입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투자자의 투자성향 점수를 올린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단기채권 상품 가입차 작성했던 투자성향 분석에서 각각 39점, 44점을 받았던 A씨, B씨는 3개월 뒤 DLF 가입시에는 동일한 항목의 투자성향 분석에서 모두 95점을 받았다.

30일 은행권 DLF 투자 피해자 등으로부터 입수한 '투자자정보 확인서'에 따르면 A씨(59·여) , B씨(59·여)는 C은행 모지점에서 지난 3월 21일, 26일 동일한 PB를 통해 DLF 상품에 가입했다. 가입 당시 투자자성향분석을 통해 1등급(95점, 공격투자형)으로 분류됐다.

C은행은 투자자의 투자성향을 Δ공격투자형(1등급, 81점 초과) Δ적극투자형(2등급, 68점 초과 81점 이하) Δ위험중립형(3등급, 55점 초과 68점 이하) Δ안정추구형(4등급, 43점 초과 55점 이하) Δ안정형(5등급, 43점 이하) 등 5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의 표준투자권유준칙에 따르면 파생상품은 손실범위가 크고, 구조가 복잡해 공격 투자성향 등급인 1등급에 해당하는 투자자만 가입 대상이다.

그러나 A씨와, B씨는 동일한 PB로부터 지난해 12월에는 각각 5등급(39점, 안정형), 4등급(44점, 안정추구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A씨와 B씨에게 판매된 상품은 각각 '동양단기채권증권투자', '유진챔피언단기채증권'이다.

상품을 만든 동양자산운용(현 우리자산운용)과 유진자산운용의 '자산운용보고서'에 따르면 두 상품의 위험등급은 각각 5등급, 6등급이다. '안전형 투자'를 원하는 고객 위주로 가입하는 상품이다. A씨와 B씨는 DLF 가입 시점인 지난 3월까지 석달 사이에 투자성향 점수가 무려 50점씩 올라 DLF 가입 조건이 된 것이다.

A씨, B씨는 "DLF 상품이 1등급 위험 상품인지 몰랐다"며 "상품 가입시에는 HDC자산운용에서 만든 이번 DLS 상품이 원금의 100%까지 손실을 끼칠 수 있다는 내용을 들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 B씨는 DLF 사태가 터진 지난주 해당 영업점을 방문해서야 이러한 내용이 적힌 상품설명서를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해당 지점 DLF 투자 피해자로부터 입수한 '투자자정보 확인서'에 따르면 이 지점에서만 동일한 PB를 통해 DLF에 가입한 투자자 중 최소 8명이 동일한 패턴으로 모두 1등급으로 분류됐다.

A씨, B씨는 "안정적인 단기채권 상품에 들어가 있는 돈을 굳이 DLF로 옮기라는 해당 PB의 의도가 의심된다"며 "사실상 투자성향 분석이 DLF에 가입시키기 위한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지 않느냐"며 토로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3개월 사이 투자등급이 급격하게 오르는 건 일반적인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투자자가 그 기간 사이 DLF 상품을 이해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DLS 판매 잔액은 총 8224억원이며 예상 손실액은 55.4%에 달하는 4558억원으로 추정됐다.
손실구간에 있는 판매 잔액은 7239억원 수준이다. 특히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DLF 판매 잔액 1200억원 원금은 거의 다 날라갈 것으로 추정됐다.
해외금리 연계 DLF·DLS 판매 잔액 중 우리은행(4012억원)과 KEB하나은행(3876억원)이 95.9%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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