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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백색국가 제외' 시행 첫날, 정부 "예정대로 계획 추진"

뉴시스

입력 2019.08.28 17:11

수정 2019.08.28 17:11

2020년부터 3년간 소재·부품·장비 R&D 예산에 5조원 이상 투입 성윤모 "핵심기술 확보 위해 예산, 규제특례 등 국가적 역량 집중" 산업부, WTO 제소를 위한 준비 작업 진행 중…증거 자료 수집 이낙연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 바로잡기 위해 WTO 제소 진행"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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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승재 기자 = 일본이 28일 한국을 백색국가(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하면서 국내 기업이 일본산 제품을 수입하기가 까다로워졌다. 제도 시행 첫날 정부는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연구개발(R&D) 예산 확대 방안을 발표하는 등 충격 최소화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략물자관리원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일본산 전략물자 가운데 비민감품목에 해당하는 857개 품목을 수입하려면 개별허가를 받거나 특별일반포괄허가를 활용해야 한다. 기존 일반포괄수출허가 방식은 앞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특별일반포괄허가는 1회 수출 허가를 받으면 통상 3년간 별도의 신고 절차 없이 수출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이는 자율준수프로그램(ICP) 인증을 받은 일본 기업에 주어지는 혜택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플루오린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3개 품목 외에 ICP 기업의 특별일반포괄허가를 제한하는 품목을 따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즉, ICP 기업을 잘 활용하면 지금처럼 수입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ICP 기업은 전략물자 수출관리를 위한 내부자율준수규정을 일본 경제산업성에 제출하고 심사를 통해 인증받은 곳을 뜻한다. 현재 일본 내 ICP 인증 기업은 1300여곳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사명을 공개한 기업은 632곳이다. 현재 코트라에서 ICP 기업을 추가로 발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ICP 기업을 활용한다고 해도 국내 기업 입장에서 모든 불확실성이 걷히는 것은 아니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일본 정부가 추가로 품목 규제에 나설 수도 있다. 기존 개별허가 품목에 대한 심사도 길어질 수 있다. 실제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이후 국내로 수입된 고순도 불화수소 물량은 아직 한 건도 없다. 개별수출 허가 심사 기한은 최대 90일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그간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이 외형적으로만 성장했고 핵심 품목들은 여전히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에 정부는 이날 오전 확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2020년부터 3년간 연구개발(R&D) 예산을 5조원 이상 투자하는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을 확정했다. 또한 지난 5일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에서 선정된 핵심품목 '100+α개'에 대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응전략을 마련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에 대비해 공급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100대 품목을 선정한 바 있다. 업계 의견과 전문가 검토를 거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금속, 기초화학 등 6대 분야에서 골라낸 것이다. 산업부는 단기간에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20개 품목을 추리고 이달 안으로 기술개발에 착수한다는 방침도 세워뒀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도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당일 오전 울산 소재 에폭시 수지 생산기업인 제일화성을 찾았다. 제일화성은 지난 2008년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에 활용되는 특수 에폭시 수지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성 장관은 "소재·부품·장비 분야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예산, 금융, 세제, 규제특례 등 전방위적으로 국가적 역량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며 "산업 구조적 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더불어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의지와 노력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일본 관련 확대관계장관회의 겸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8.28.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일본 관련 확대관계장관회의 겸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8.28. ppkjm@newsis.com
일본이 예정대로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시행하면서 우리 정부의 대응카드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확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를 바로잡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주무부처인 산업부에서 구체적인 피해 증거 자료 수집 등 WTO 제소를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통상 WTO 제소 절차는 양자협의 요청서를 제시한 시점부터 시작된다.

소송이 시작되면 한일 양국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가트)'의 조항에 대한 해석을 두고 논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트는 WTO 분쟁해결 절차에서 이의 제기가 합당한지 검토할 때 쓰이는 잣대다.

앞서 정부는 가트 11조 1항을 근거로 일본의 조치가 WTO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서는 WTO 회원국이 수출허가 등을 통해 수출을 금지·제한하지 못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는 사실상 수출제한 조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맞춰 지금까지 준비를 해왔고 차질 없이 계획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다음달 3일까지 일본을 한국의 수출 심사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담은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도 진행하고 있다.
이후 규제심사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9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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