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사태' 치매환자도 가입시켰다

뉴스1 입력 :2019.08.28 06:10 수정 : 2019.08.28 09:11
지난 5월 우리은행 모지점의 한 PB로부터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가입한 A씨(80·여)가 한 대학병원에서 받은 진단서. A씨는 지난 2016년 5월부터 치매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어, DLF에 가입한 시점인 지난 5월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했을 가능성이 있다. © 뉴스1 김도엽 기자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우리은행 소속 한 프라이빗뱅커(PB)가 3년전 치매 확진 진단을 받은 초고령투자자(만 80세 이상) A씨에게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가입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상품구조가 난해하고 손실 위험이 큰 파생상품은 투자권유 유의상품으로 분류돼 PB가 투자자의 Δ건강 상태 Δ인지 능력 Δ상품에 대한 지식 수준 등을 파악해야 하지만 이러한 보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28일 우리은행 DLF 투자 피해자 등으로부터 입수한 '투자자정보 확인서'에 따르면 A씨(80·여)는 우리은행 모지점에서 지난 5월 2일 한 PB를 통해 DLF 상품에 가입했다. A씨의 사위라고 밝힌 B씨는 "장모님이 간단한 창구 업무차 은행에 들렀다가 PB로부터 연 5%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상품이 있다는 말을 믿고 DLF 상품에 가입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5월 '주의 집중력과 기억력이 주로 저하된 치매'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다. A씨가 한 대학병원으로부터 받은 진단서에 따르면 치매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현재까지 치료 중이다.

우리은행이 DLF 가입시 고령투자자에게 작성토록 한 '고령자 투자권유 유의상품 추가 확인서'에는 만 65세 이상 가입자의 경우 PB등 관리책임자 등이 고객과의 면담을 통해 Δ건강 및 인지능력 Δ주요설명의 이해 등을 고려해 상품 가입에 적합함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B씨는 이 확인서의 담당 직원인 C씨, D씨의 확인 날인이 A씨와 면담 등의 확인 작업 없이 임의로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날인을 한 직원 C씨, D씨가 A씨를 모른다고 시인한 녹음본이 있다는 것이다. B씨는 "DLF 사태 이후 따지러 영업점에 찾아갔을 때 고령투자자 보호 부분에 사인한 직원이 A씨를 모른다고 시인했다"며 "이를 담은 녹음을 증거로 가지고 있다"고 했다.

PB의 임의 서류 작성은 불완전판매를 가늠하는 핵심 요인인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 지난 2015년 금융감독원·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금융투자상품 판매 관련 고령투자자 보호방안'에 따르면 손실 위험이 큰 파생상품을 판매할 때는 PB를 포함한 관리직 직원이 투자자의 건강 상태와 상품에 대한 지식 수준 등을 충분히 파악해야 한다.

최준호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80대 연령대의 환자가 루이소체 치매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라면 거의 90대의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고위험상품이었는지 여부를 정상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금융소비자보호 종합방안' 후속 조치를 발표하며 오는 10월부터 65세 이상 고객이 희망하는 경우 파생상품 등 일부 금융상품 가입 정보를 가족 등 지정인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고령층이 본인에게 적합하지 않은 상품에 가입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지정인을 통해 다시 한번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게다가 A씨는 DLF에 가입할 수 있는 투자성향 등급인 1등급을 받지도 못했다. A씨가 DLF 가입 당시 작성된 투자자정보 확인서에 따르면 A씨의 투자성향 등급은 2등급이다. 우리은행은 투자성향 점수에 따라 Δ공격투자형(1등급, 81점 초과) Δ적극투자형(2등급, 68점 초과 81점 이하) Δ위험중립형(3등급, 55점 초과 68점 이하) Δ안정추구형(4등급, 43점 초과 55점 이하) Δ안정형(5등급, 43점 이하) 등 5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금투협회의 표준투자권유준칙에 따르면 파생상품은 손실범위가 크고, 구조가 복잡해 공격 투자성향 등급인 1등급에 해당되는 투자자만 가입 대상이다. A씨는 2등급에 해당돼 파생상품 가입 대상자가 아니다.

B씨는 "등급도 되지 않는 치매 환자를 가입시킨 PB의 행동은 상품 판매 수수료와 승진을 위해서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면서 "정확한 상품명도 모르는 고령이라 최근에서야 DLF에 가입한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A씨는 1등급의 투자성향 등급을 받은 고객이라면 작성하는 '적합성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이 뿐만 아니라 A씨는 상품 가입 이후 어떠한 확인 전화도 받지 못했다. 금융사에서 금융상품을 팔고 '완전판매'를 위해 사후 점검하는 '해피콜'을 받지 못했다. 상품 가입시 기재된 집주소와 전화번호가 모두 10여년전 다른 우리은행 지점에서 상품 가입차 기재한 정보였기 때문이다. 현재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해 전화번호도 바뀐 상태다. 이로 인해 A씨는 그동안 원금손실 상황에 대해 어떠한 공지도 받지 못했다.

A씨의 딸이라고 밝힌 E씨는 "기본 인적사항 하나 파악하지 않고 DLF에 가입시킨 건 해당 PB가 고령투자자 보호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방증이 아니겠나"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DLS 판매 잔액은 총 8224억원이며 예상 손실액은 55.4%에 달하는 4558억원으로 추정됐다. 손실구간에 있는 판매 잔액은 7239억원 수준이다. 특히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DLF 판매 잔액 1200억원 원금은 거의 다 날라갈 것으로 추정됐다. 해외금리 연계 DLF·DLS 판매 잔액 중 우리은행(4012억원)과 KEB하나은행(3876억원)이 95.9%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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