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놀이터서 놀다 사라진 딸…'골든타임' 놓친게 恨"[잃어버린 가족찾기]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6 17:05

수정 2019.08.26 17:05

서울 중랑구 망우1동 자택 앞서 실종
아버지는 초동수사 미흡 등 문제로 경찰과 다퉈…"이제라도 재수사해야"
2000년 4월 4일 서울 중랑구 망우1동에서 실종된 최준원(24, 당시 5세)씨는 어금니를 전부 은색으로 도금하고 있었으며, 어깨길이의 생머리에 흰 머리띠를 착용하고 있었다.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2000년 4월 4일 서울 중랑구 망우1동에서 실종된 최준원(24, 당시 5세)씨는 어금니를 전부 은색으로 도금하고 있었으며, 어깨길이의 생머리에 흰 머리띠를 착용하고 있었다.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준원이와 이별한 이후 이사도 안 가고 있어요. '부모가 나를 버렸다'고 오해하지 말고, 이제는 준원이가 찾아와줬으면 좋겠어요."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던 아버지 최용진씨(57)의 목소리는 19년 전 헤어진 둘째 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묻자 결국 떨리고 말았다. 그의 이야기에는 아이를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지 못했다는 한이 남아 있었다.

26일 경찰청,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최준원씨(24, 실종 당시 5세)는 2000년 4월 4일 오후 서울 중랑구 망우1동 자택 앞 놀이터에서 실종됐다.

최씨는 "12시쯤 유치원이 끝난 딸이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었는데, 오후 3시 30분이 넘어도 들어오지 않아 찾아보니 (아이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됐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최씨는 초동수사가 미흡해 준원이를 찾을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친 점이 가슴 속 한으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휴일을 앞두고 있던 때에다, 선거도 겹쳐 초반 경찰의 경찰의 수사가 지지부진했다"며 "당시는 실종보다 '가출인'이란 단어를 썼다. 유치원생 아이가 스스로 어딜 가겠나. 경찰과 한참 싸우기도 했다"고 심경을 드러냈다.

홀로 아이 찾기에 지친 최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실종아동 부모와 함께 2005년 '실종아동법' 법안 통과를 위해 힘쓰기도 했다.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모임'의 초대 회장을 맡으며 실종가족들의 목소리 전달에도 애썼다.
그는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이 책임 부서인 점을 명시하고, 전국 무연고 아이들의 DNA(유전자)를 의무적으로 채취하는 등의 법안의 핵심적 내용을 (부모들과) 함께 도출했다"며 "국가의 책무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데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최씨가 가장 바라는 것은 준원이 실종에 대한 재수사다.
그는 "당시에는 경찰도 신고 접수만 받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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