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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취약 계층 유급병가 지원제..'아프면 쉴 권리' 보장의 첫걸음" [인터뷰]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5 17:21

수정 2019.08.25 18:32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
"근로취약 계층 유급병가 지원제..'아프면 쉴 권리' 보장의 첫걸음" [인터뷰]
지난 6월부터 시작한 '서울형 유급 병가지원'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사업은 일용근로자, 특수고용직 종사자, 1인 영세자영업자와 같은 근로취약계층이 대상이며, 연간 최대 11일 생활임금을 지급한다. 8월 19일 기준으로 134명이 유급 병가를 신청했다. 아직 신청 건수는 많지 않지만 8월 들어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제도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만난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사진)은 "애초 예상보다는 다소 신청자가 적은데, 사업 초기라서 홍보가 부족했다고 판단한다"라며 "점점 신청자가 증가해 8월 들어서는 현재까지 신청자가 100여 명을 넘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연계하고 서울시 관련 부서와 협력해 총력을 기울여 홍보하고 있어 상담 건수는 3000건이 넘을 정도로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지난해 4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약계층 근로자들이 하루 일거리를 위해 병원 한 번 마음 편히 가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키 위해, '건강 서울 조성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아파도 적시에 치료받지 못했던 근로자들에게, 병원에 입원한 기간에도 생활비를 보전해 주겠다는 것이다.

나 국장은 이 사업의 도입부터 시행까지 전 과정을 총괄했다. 그는 "사업설계 단계에서는 주로 영세자영업자, 퀵서비스, 대리운전, 아르바이트 등의 근로자들을 만나 의견을 수집했다"라며 "지금은 보험설계사, 가사도우미, 아이 돌보미, 요양보호사 등 의견 청취 범위를 더 넓혔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6월부터 시작한 이 사업에 약 6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실제 유급 병가의 혜택을 받은 근로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시민건강국에 따르면 지난 6월 A형 간염으로 갑자기 입원했던 한 소상공인은 열흘간 입원해 총 81만1800원의 병가지원비를 받았다. 가족들과 본인 모두 큰 보탬이 됐다는 말을 서울시에 전해 왔다는 것.

나 국장은 서울시 공무원이 되기 전 의료현장에서 직접 일하던 의사였다. 그는 "질병을 앓고 있는데 생활비 중단 걱정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는 어떤 이유로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라며 "누구나 건강보험제도 혜택을 누려야 하지만, 취약근로자들은 일시적 생계위협을 이유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나 국장은 "질병을 키워 건강에 더 큰 위협이 되기 때문에 최소한의 사회보장 장치가 시급하다"라며 "이 사업은 아프면 치료받고, 쉴 수 있는 권리를 누구나 보장받을 수 있는 정책의 첫걸음을 뗐다는 데 의미가 크다"라고 강조했다.

시는 이 사업을 준비하면서 중복 수급자가 나오지 않도록 각별히 공을 들였다. 나 국장은 "다른 기관에서 유사한 보조금을 받았던 분들은 최대한 배제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민원도 많이 올라오지만 기댈 곳 없는 일용직 근로자등에게 최대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준을 엄격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시민건강국은 정책 시행과 함께 개선점을 찾기 위한 연구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지역가입자로 한정된 신청조건을 자녀나 배우자의 직장 피부양자에게도 확대해달라는 의견, 입원뿐만 아니라 통원까지 확대 요청도 있어 앞으로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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