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

실패도 인정이 필요한 제약바이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2 16:32 수정 : 2019.08.22 18:44
10년간 3억원을 투자해서 연간 10억원을 벌 수 있다면 투자를 할까? 큰돈이 들어가고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인내가 필요하지만 남는 장사니 투자를 결정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성공확률이 0.001%라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투자 생각을 접을 것이다.

제약바이오산업 얘기다. 후보물질을 탐색하고 신약을 출시하기까지는 10년에서 15년이 걸리고 3조원이 소요된다.
9000개 후보자 중에 신약으로 성공하는 것은 1개다. 성공확률이 9000분의 1, 0.00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성공했을 때 얻는 성과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톱10' 신약 하나의 평균 매출액은 10조원에 달한다. 특히 애브비사의 류마티즘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의 경우에는 22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제대로 된 신약 하나만 개발하면 말 그대로 '대박'을 치는 셈이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정부도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의지를 밝히고 있는 배경이다.

지난 2017년 '고부가가치 창출 미래형 신산업 발굴 육성' 분야에 제약바이오산업을 포함한 문재인정부는 2018년에는 3대 전략투자, 8대 선도사업에 제약바이오산업을 포함했고 올해는 '3대 중점육성산업'으로 비메모리 반도체·미래형 자동차·바이오를 선정했다. 21일에는 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 등 3대 분야에 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히기도 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돈도 몰리고 있다. 이윤에 가장 민감한 벤처캐피털은 올 상반기 바이오·의료분야에 5233억원을 쏟아부었다. 전년동기에 비해 26%나 늘어난 수준이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신호 속에서도 제약바이오업계는 위축되고 있다.

기술수출 계약 취소와 식약처의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신라젠 펙사벡 임상중단 권고 등이 잇따르며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식시장에서 바이오주는 주가 급락뿐 아니라 신뢰도 잃어가고 있다. '바이오 쇼크'라는 말이 돌 정도다.

최근 제약바이오업계에 대한 비판은 지나친 면이 있다. 윤리적인 문제나 거짓 해명 등 비난받을 게 있다면 당연히 지탄을 받아야 한다. 특히 '황우석 사태'라는 아픈 경험을 한만큼 더 철저한 기준과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패로 끝난 연구개발에 대해서는 인정이 필요하다. 수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상품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개발하고 글로벌 제약사에 수출했다가 결국 실패로 끝난 것은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오히려 위로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천문학적 돈이 필요하다. 실패를 바라보고 시간과 자금을 투자하는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등 국가대표급 바이오기업은 물론 유니콘기업으로 도약을 꿈꾸는 수많은 바이오벤처기업들이 지금도 실패를 염두에 두고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들에게 큰 기대를 갖되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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