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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 정부 민관협의체…인적구성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

뉴스1

입력 2019.08.22 06:50

수정 2019.08.22 06:50

21일 열린 '문화의 시선으로 게임을 논하다'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이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 뉴스1
21일 열린 '문화의 시선으로 게임을 논하다'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이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 뉴스1

(서울=뉴스1) 박병진 기자 = 지난 7월 국무조정실 주도로 구성된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 국내도입 문제 관련 민관협의체의 인적 구성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했다. 게임업계보다는 의료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이 더 많이 포함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다.

21일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와 문화연대 공동주최로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엔스페이스에서 열린 '문화의 시선으로 게임을 논하다' 세미나에서 제1발제를 맡은 이종임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게임산업은 지난해 콘텐츠 산업 전체 수출액의 67.2%를 차지하는 등 엄청난 결과물을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규제·통제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민관협의체에도 정신질병에 관해 의견을 낼 수 있는 의료계 인사가 많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날 사회자를 맡은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도 "민관협의체가 지나치게 정신의학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구성됐다"며 "문화계 인사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추천을 받아 민관협의체에 시민단체 민간위원으로 직접 참여하고 있다.

게임이용장애 민관협의체는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통과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도입 여부와 시기, 방법 등을 논의하기 위해 출범한 기구다. 지난 7월23일 제1차 회의로 첫 삽을 떴지만, 민간위원 14명 중 게임업계보다 정신의학계 인사가 더 많이 포함됐으며 교육부·여성가족부 등 게임에 부정적인 부처가 포함돼 구성이 편파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경혁 게임평론가는 "게임이용장애를 두고 사회가 뜨거워 민관협의체가 구성됐는데 구성원들이 합의안을 만들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며 "게임을 과도하게 즐기는 현장을 다가가고 관찰하고 연구하는 실천에 있어서는 굉장히 미약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 강력한 규제가 뒤따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제2발제를 맡은 박종현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질병코드는 국가가 특정 시각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질병코드를 도입함으로써 그림자 규제가 이뤄지거나, 과거 일명 '손인춘법', '신의진법'처럼 입법화로 더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각각 지난 2013년과 2014년 발의된 손인춘법과 신의진법은 게임을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4대 중독 물질로 보고 게임 매출의 1%를 중독 치유 부담금으로 징수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지나친 규제는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한 과잉금지의 원칙을 어길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김영진 인천대 법학과 교수는 "뭐든지 과하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것을 일괄적으로 질병이라고 명명하는 것은 환자로 낙인찍는 것"이라며 "우리가 과연 문화적 주체성을 가지고 질병코드를 도입하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무조정실은 민관협의체의 인적구성이 편파적이라는 문제제기에 대해 "민간위원은 게임업계 주무부처인 문체부와 정신의학계를 대변하는 보건복지부가 공평하게 5명씩 추천했다"며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관협의체는 민간이 논의를 주도하고 정부는 지원하는 차원에서 민간위원 14명과 정부위원 8명 등 총 22명으로 구성됐다.


게임이용장애 민관협의체는 오는 9월 초 제2차 회의를 열고 질병코드 도입에 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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