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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DLS 1조...국제유가 떨어지자 '불안' 불붙었다 [손실폭탄 DLS]

WTI·브렌트유 연계형
아직 손실구간 진입 안했지만 미중 무역전쟁에 유가 하락세
투자자-은행 예의주시
원유DLS 1조...국제유가 떨어지자 '불안' 불붙었다 [손실폭탄 DLS]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의 대규모 손실 여파에 이어 원유연계 DLS 투자자와 상품을 판매한 시중은행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확전 등으로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금융사들이 발행한 원유DLS는 약 1조원 규모다. 다만 시중은행들이 판매한 원유DLS는 손실구간(녹인·knock in)에 진입한 물량이 아직 없고, 변동성이 큰 상품이어서 보수적으로 운용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금리연계 DLS가 예상치 못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 점을 감안하면, 원유DLS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유DLS 발행 급증...유가하락 '촉각'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 발행액은 올해 초 300억원대에서 현재는 약 5200억원으로 급증했다. 브렌트유DLS 발행액도 올 초 150억원대에서 현재 약 4800억원으로 대폭 올랐다. 현재 WTI 선물은 지난해 10월 배럴당 76.41달러보다 크게 하락한 56.21달러를 기록 중이다. 같은 시기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86.29달러에서 59.74달러로 하락했다. 국제유가 하락은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의 손실 위험도 높인다.

금리연계 DLS 리스크가 증폭되고 유가 하락 전망이 나오면서, 일부 시중은행이 판매한 원유DLS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우리은행은 1월, KB국민은행은 5월부터 각각 판매했다. NH농협은행은 WTI와 함께 유럽스톡스50지수, 홍콩항셍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상품을 4월부터 판매했다.

해당 시중은행들은 원유DLS의 경우 금리연계 DLS와 달리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측은 "원유DLS는 올 상반기까지만 판매됐고, 판매물량 중 3분의 2 정도가 조기상환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손실구간에 진입한 물량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은행은 해당 DLS 판매 설정액이 약 5억원으로 소액이고, 현재는 판매 모집이 완료됐다. 이외에 다른 DLS는 판매하지 않고 있다. 다만 유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해당 상품의 판매물량 상환기간이 6개월 연장되기 때문에 향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은 가격 매력도가 높아졌을 시기에 안전성을 대폭 강화한 원유DLS를 판매했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측은 "녹인 배리어를 대폭 하향한 상품을 공급하고 있어 안전성에 이상이 없다"면서 "상담 시 투자위험에 대해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해 위험을 고지했다"고 말했다.

■銀 "손실구간 진입 안해"...주의 요구

원유DLS는 지난 2016년 수천억원대의 원금손실이 확정되면서 관련 투자자들이 해당 증권사를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는 등의 사태도 있었다.

이 같은 사태를 겪고 난 후 원유가격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원유 관련 상품을 보수적으로 운용해왔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가연계 DLS의 경우 기초자산이 하락했을 경우에만 판매를 시작하고,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하면 판매를 중단하는 식으로 운용한다"면서 "녹인 배리어 역시 다른 상품보다 낮게 운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외금리 연계 DLS가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낮았지만 현실이 된 만큼 유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금감원은 "국내외 금융시장은 글로벌 경기하락 가능성, 미·중 무역분쟁, 홍콩시위 등으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어서 금리·환율·유가 등을 기초로 한 파생결합상품 등 고위험 금융상품 발행 및 판매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분간 시중은행들의 원유연계 DLS 판매가 확대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DLS의 위험성이 크게 대두된 만큼 은행도 판매하기 부담스럽고, 현재 손실 가능성이 적더라도 투자에 나설 만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aber@fnnews.com 박지영 최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