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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110兆 늘어난 예산… 법인세 부족땐 재정 ‘흔들’ [내년 510兆 슈퍼예산]

300兆대서 3년만에 500兆 넘어.. 日 규제 대응 등 경기활력에 초점
상장사 영업익은 37% 줄어들어.. 세수감소땐 재정건전성 치명타
3년만에 110兆 늘어난 예산… 법인세 부족땐 재정 ‘흔들’ [내년 510兆 슈퍼예산]
내년도 예산은 510조원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400조원대 예산은 3년 만에 역사를 접는다. 300조원대 예산 벽을 넘는 데 6년 세월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산 증가율이 가파르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17년 이후 3년 새 국가예산의 앞자리는 300조대에서 400조대로, 400조대에서 500조대로 두 번이나 바뀔 것으로 보인다.

주안점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여건 리스크 가중에 따라 위축된 경기활력을 보강하는 데 찍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재정건전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올 들어 우리 기업 실적이 크게 부진하면서 세입예산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법인세 세입에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20일 여권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 규모는 510조원대가 되는 것으로 조율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은 대외경제 리스크에 대응하고,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하는 예산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청년, 노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예산과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예산도 눈여겨볼 항목"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각 중앙관서가 제출한 예산요구서를 바탕으로 재원을 편성하는 실무작업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 방점은 포용성장보다는 경기활력 제고에 찍힐 것으로 보인다. 실적부진에 빠진 기업들이 신규 투자에 주저하면서 경제 전반의 투자활력도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과의 경제갈등이 심화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경영여건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금융업을 제외한 코스피 상장사 574개사(12월 결산 기준)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37.09% 줄었다. 순이익은 42.95% 감소했다. 국내 전체 법인세수의 20% 이상을 책임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2·4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55.63%, 88.56% 떨어졌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로 내정된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문재인정부 1~2년차는 포용국가 기반을 만드는 복지분야 예산을 비중 있게 다뤘다"며 "(이번 세 번째 예산은)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에 신속 대응하고,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확대재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 의원은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감안, "재정건전성이 과도하게 훼손되지 않도록 세심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국세수입은 1년 전보다 1조원가량 줄어든 15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발표된 세법개정안에 따른 세수감소 효과까지 고려하면 재정건전성 지표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확대는 민간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다만 우려되는 수준까지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관점에 대해 성 교수는 "정부 재정을 풀지 말라는 건 아니다"라며 "다만 지속적으로 지출이 나가는 복지항목은 결국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