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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그린란드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0 17:28

수정 2019.08.20 17:28

미국이 177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때 독립선언서에 서명을 한 주(州)는 모두 13개다. 미국 동부의 펜실베이니아·매사추세츠·코네티컷주 같은 곳이다. 성조기에 그려진 13개의 줄이 이를 의미한다. 미국은 그 후 전쟁을 통한 합병이나 할양 또는 돈을 주고 땅을 사는 방식으로 영토를 넓혀왔다.

맨 처음 사들인 땅은 루이지애나다. 영국과 사사건건 대립하던 프랑스는 1803년 1500만달러를 받고 루이지애나를 미국에 넘겼다.
여기서 말하는 루이지애나는 지금의 루이지애나주만이 아니라 아칸소·오클라호마·캔자스주 등 미 중부 대부분을 포함한 엄청난 땅이다. 미국 입장에선 횡재를 한 셈이다. 이 밖에도 서북부의 오리건·워싱턴주를 1819년 스페인으로부터, 남서부의 애리조나·뉴멕시코주 일부를 1853년 멕스코로부터 사들였다. 또 1867년엔 에이커(약 4000㎡)당 2센트씩 총 720만달러를 주고 알래스카를 러시아로부터 매입했다.

미국이 이번엔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나섰다. 미국 언론들은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 검토를 지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에 대해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그린란드는 비즈니스의 기회가 열려있는 곳이지만 판매용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의 것"이라며 발끈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한국시간)에도 "그린란드에 트럼프호텔을 짓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여전히 매입 의사가 있음을 드러냈다.

미국이 그린란드 구매를 타진한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알래스카를 사들였던 지난 1867년과 1946년 매입 의사를 밝혔다가 모두 거절당했다.
그린란드를 향한 미국의 구애는 북극 패권을 노리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천연가스 등 풍부한 지하자원이 가져다줄 경제적 효과도 미국을 움직이게 하는 힘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제아무리 '부동산의 귀재'라고 하더라도 아파트 구입하듯이 그린란드를 사들이긴 쉽지 않을 듯하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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