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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기업들 ‘주주 최우선’ 원칙 폐기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20 17:23

수정 2019.08.20 17:23

"모든 이해당사자의 가치 높인다" BR ‘기업의 목표’ 강령개정 선언
전방위적 관행의 변화 뒤따를 듯
미국 대기업들의 주주 최우선 관행이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이 기업 의사결정의 최우선 고려 요인을 주주가 아닌 노동자·공동체·국가 등 사회적 책임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임금부터 환경에 이르기까지 미 기업들의 전방위적인 관행 변화가 예상된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BR은 이날 수십년동안 금과옥조로 여겨왔던 '주주최우선' 원칙을 폐기했다. BR은 정보기술(IT) 대기업, 제조업 대기업, 월가 주요 투자은행 등 기관투자가들로 구성돼 있어 이들의 이번 결정은 미 기업 관행을 송두리째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주주이익 보호 법적 의무는 기업 이사회에 있어 BR의 강령개정은 선언에 그칠 수도 있지만 기업들이 주주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관해 상당한 재량권을 갖고 있어 앞으로 기업행태에 의미심장한 변화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BR은 '기업의 목표' 강령을 "모든 이해당사가 각자가 긴요하다"고 못박았다. 강령은 "기업의 미래, 공동체의 미래, 국가의 미래를 위한 각 이해당사자들의 가치를 높이는데 목표를 둔다"고 선언했다.

기업의 의사결정이 더 이상 오직 주주들의 이익을 높이는지 여부에 따라 이뤄져서는 안되며 노동자, 고객, 사회 등 '모든 이해당사자'들을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197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을 늘리는데 있다"에서 제시된 '주주 이익 극대화'를 기업경영의 근본 바탕으로 삼아왔던 미 기업들이 이제 주주에서 사회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새 강령은 기업들이 장기적인 주주가치를 끌어올리는 것 뿐만 아니라 고객들에 높은 가치를 제공하고, 노동자들에 투자하며, 공급자들과 공정한 계약을 맺고, 공동체 지원에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BR의 새 강령은 기업목표를 주주이익 극대화로 지나치게 좁히는 것에 대한 JP모간 CEO 제이미 다이먼(사진) 등의 최근 수년간 이의 제기가 대기업 CEO들의 단체 의견으로 공식화된 것이다. 2016년 다이먼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등 여러 CEO들과 함께 기업의 목표가 '상식'에 기초해야 한다고 다짐한 바 있다.

강령 개정에는 BR 회원 CEO 188명 가운데 압도적 다수인 181명이 찬성했다. BR의 새 강령은 민주당 대선 경선주자 가운데 한 명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법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법안은 대기업 이사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에는 주주들 이외에도 각 이해당사자들의 이해도 감안토록 하고 있다. 워런 의원은 주주이익 극대화 원칙이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부유한 투자자들의 노동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더 부유해진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새 강령에 대한 지지가 광범위한 것은 아니다. 비판이 더 많다. 역설적이게도 노동자들의 퇴직금을 운용하는 연기금과 학계가 비판적이다. 다분히 자유주의, 시장주의 미국의 전통이 비판의 바탕이다. 연기금 모임인 기관투자가협회(CII)는 새 강령이 CEO들의 주주 감시 기피를 정당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CII 대표인 켄 버치는 그렇게 되면 "책임소재가 없어진다"면서 "통제하려하지만 시장 요구에 응하려하지 않는 이들이 CEO들"이라고 강조했다.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은 사회를 바꾸려 한다면 이는 CEO들이 아니라 주주들이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리드먼 제자인 마이클 보르도 럿거스(뉴저지주립대) 경제학 교수는 새 강령이 적용되면 기업 CEO들은 마치 규제당국처럼 행동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기업이 아닌 정부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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