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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NF 탈퇴 후 첫 미사일 시험…亞 배치시 '제2의 사드' 우려

<자료사진>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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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탈퇴한 지 보름여만에 중거리 순항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면서 아시아 지역 배치 계획에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CNN과 CBS뉴스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사일은 전날 캘리포니아주 샌니콜러스 아일랜드 지상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됐으며 500㎞이상 날아가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시험 발사를 통해 수집된 자료와 교훈은 미래 중거리 (미사일) 성능 개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INF 조약을 파기한 지 16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INF 조약은 1987년 12월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러시아의 전신) 공산당 서기장이 서명한 것으로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양국의 중·단거리 미사일을 모두 폐기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2일 상대국이 조약을 위반했다며 일제히 탈퇴를 선언했다.

이번 발사는 앞서 미국이 아시아 등 동맹국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예고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앞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INF 조약 탈퇴 하루 만인 지난 3일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을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아시아에 배치하겠다고 밝혀 한국 내 미사일 배치 여부가 관심이 된 바 있다.

이후 에스퍼 장관은 지난 9일 서울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가졌는데 이 때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 국방부 역시 한미 간 미사일 배치와 관련된 어떠한 논의도 진행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중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과 관련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들과 정보를 공유할 뜻을 밝히면서 향후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지역 배치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평가가 전문가 일각에선 나온다.

미국은 중국 견제와 봉쇄를 목표로 이러한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지역 그 중에서도 한국 배치를 추진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미중, 한중 간의 관계를 물론 북미 관계도 급격히 악화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이 한국에 반발하며 '제2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에 직면하는 시나리오도 상상이 가능하다.

중거리 미사일이 아시아 지역에 배치된다면 그 사정권에 들어가는 러시아 역시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5일 "미국이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위험에 대항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의 푸총 군축담당 국장도 대응 조치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미중·미러 간의 갈등은 이미 예고된 상황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2017년 사드 도입 당시 국내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고 도입 결정 이후 중국이 한국에 대해 대대적인 보복 조치를 취한 적이 만큼 실제로 한국에 미국의 중거리 마시일이 배치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과의 핵협상이 한창인 미국으로서도 한반도 내 미사일 배치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양다리를 걸치기 보다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서 신중하게 노선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적극적인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이후 압력을 넣을 중국을 생각해 어느 선까지 협력할지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진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