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북한 매체들 일제히 미 방위비 증액 요구 빌어 대남 비난

뉴시스

입력 2019.08.20 07:40

수정 2019.08.20 07:40

'일본 경제 보복으로 힘든 시기에 미가 청구서 계속 제시' 한미동맹 약화 노린 대남 전략에 방위비 증액 요구 활용 김정은과 친분 강조하는 트럼프 발언임은 공개하지 않아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선거 유세를 위해 신시내티로 떠나기 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기자들에게 얘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발사한 미사일들은 단거리 미사일로 아주 일반적인 미사일"이라며 "(미국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밝혔다. 2019.08.02.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선거 유세를 위해 신시내티로 떠나기 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기자들에게 얘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발사한 미사일들은 단거리 미사일로 아주 일반적인 미사일"이라며 "(미국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밝혔다. 2019.08.02.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북한 매체들이 20일 일제히 한국이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들은 일본의 한국 경제 제재로 위기에 빠진 한국에 미국이 동정과 위로 대신 경제 숨통을 조이는 방위비 증액청구서를 계속 내놓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이 한국을 하찮은 존재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조롱했다.
기사들은 또 미국의 행위가 한미동맹이 미국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지배와 약탈의 올가미임을 실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 매체들이 일제히 논리와 주장이 동일한 기사를 여러 매체에 동시에 게재한 것은 한미동맹 약화를 위한 북한의 대남전략에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음을 방증한다.

노동신문은 이날 "또다시 가해지는 상전의 방위비분담금 증액 압박"이라는 기명 해설기사를 실었으며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대남 인터넷 매체 '우리민족끼리'도 "치욕의 멍에를 들쓰고 있는 한"이라는 기명기사를, 북한의 대남선전매체인 메아리는 "불난 집에서 도적질하는 격-한미동맹의 진모습"이라는 제목의 기명기사를 게재했다.

특히 우리민족끼리와 메아리에 실린 기사의 작성자는 각각 '진광'과 '진지영'이라는 필명으로 돼 있어 동일인이 작성한 기사의 필자를 필명만 달리 표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신문 기사는 "미국은 자기들이 오래동안 남조선을 도와주었지만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다고 하면서 남조선은 미국에 의해 제공되는 '군사방어에 기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남조선으로부터 '합동군사연습에 대한 비용도 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남조선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하면서 미국에 대한 지불을 늘이기 위한 협상이 시작되었다고 광고하였다. 이런 속에 미 국무성은 방위비분담금 증액 문제는 미국이 명명백백하게 추진해온 문제들 중의 하나라고 하면서 남조선에서 다른 소리가 나올세라 밀막아버렸다"고 썼다.

이처럼 노동신문 기사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반복해온 발언들을 트럼프의 발언이라는 것은 빼고 옮기고 있다. 우리민족끼리와 메아리에 실린 기사에도 트럼프의 발언임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친분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이어 "방위비분담금 증액요구는 남조선을 한갖 저들의 탐욕을 채워주는 수탈의 대상으로, 제 마음대로 빼앗아내고 부려먹을 수 있는 노복으로밖에 여기기 않는 상전의 심보가 얼마나 오만무도하고 날강도적인가 하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특히 "더우기 지금 남조선 경제는 일본의 파렴치한 경제침략행위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였다. 바로 이런 때에 미국은 남조선에 동정과 위로를 보내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경제의 숨통을 조이는 방위비분담금 증액 청구서를 연방 들이대고 있다. 남조선을 얼마나 하찮은 존재로 여겼으면 그런 무리한 행위를 서슴지 않고 강행하고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현실은 미국이 운운하는 남조선과의 동맹이란 오로지 저들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지배와 약탈의 올가미라는 것을 뚜렷이 실증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비증액요구가 날로 거세지는 것은 역대 한국 집권자들의 "굴욕적인 대미 추종행위가 초래한 것"이라고 싸잡아 비판하고 미 국방장관 방한한 뒤부터 우리 정부가 "방위비분담금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나 지급방식개선이니 하면서 미국의 강조적 요구를 받아들일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민족끼리 기사도 일본의 경제보복이 진행중인 때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요구가 이어지는 것을 비판하는 노동신문 기사와 동일한 논리를 전개하면서 "미국의 탐욕은 끝이 없다.
(중략) 현실은 한미동맹이라는 치욕의 멍에를 벗지 못하는 한 남조선 인민들은 자기의 것도 남에게 고스란히 수탈당해야 하며 언제가도 치욕과 예속, 불행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하고 "남조선 인민들은 치욕적인 외세의 굴레에서 벗어나 민족자주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더욱 힘있게 벌여나가야 한다"고 한국내 반미운동을 선동했다.

메아리 기사는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요구는 "주인이 노복을 호되게 추궁하고 있는 꼴"이라면서 "이것이 지금껏 남조선 당국과 정치권이 그렇게 목쉬게 찬양해온 한미동맹의 진모습인가고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 역시 "일본의 횡포한 경제침략으로 남조선이 궁지에 빠져있는 이 시각에 '70여년을 함께 한 혈맹'이라면서도 돕지는 못할 망정 남조선의 숨통을 더 조이는 폭거를 저지르고 있다"고 일본의 최근 움직임과 미국의 방위비 증액요구를 연결지었다.

yjkang1@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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