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동복지

"장애인 인권 운동에 전공이 따로 있나요"[fn이사람]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9 18:45

수정 2019.08.19 19:34

노들장애인야간학교 박누리 활동가
휠체어 알바 후 활동가로 전향..놀이 활용한 수학 교육에 중점
"장애인 자립 돕는 시스템 필요"
"평생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이 옆 사람의 이야기가 되고, 이젠 내 얘기가 됐습니다."

노들장애인야간학교에서 활동가이자 수학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박누리씨(31·사진)는 19일 야학에서 장애인 권익 옹호를 해온 경험을 이렇게 표현했다. 박 활동가는 지난 2015년부터 서울 동숭동에 있는 노들야학에서 발달장애인과 지체장애인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박 활동가가 일하는 노들야학에는 발달장애인과 지체장애인 90여명이 매일 수학(修學)하고 있다. 적게는 20대부터 많게는 5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학령기 배움의 기회를 놓쳐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다.

박 활동가는 이 때문에 교과 연구 작업을 위한 다른 활동가들과의 교과 모임도 상시로 진행한다.
10여명의 다른 교사들이 아이디어를 모으거나 서로 피드백하는 과정을 통해 재미있는 수업을 만들어 가는 일종의 교육 연구를 하는 셈이다. 특히 학생 개인별 수준차이가 커 놀이를 활용한 수학 교육을 중심적으로 하고 있다.

그는 "학생들이 모두 성인이지만 공부하고 있는 내용은 초등학생 정도의 수준"이라며 "일반적인 교육과정대로 수업을 하는 대신, 공부를 즐기면서도 사고력을 높일 수 있도록 브루마블 게임 등 놀이위주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술대학에서 서예를 전공한 박 활동가가 처음부터 장애인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한 운동가를 꿈꿔왔던 건 아니다. 비장애인인 그에게 장애는 생소했다. 우연히 장애운동가인 박경석 노들야학 교장의 휠체어를 밀어주는 등 활동 지원사로 시작했다가 상임 활동가로 전향하면서 이 일에 빠지게 됐다.

박근혜정부 시절엔 장애인 이동권 보장, 부양의무제 폐지 등 발달장애인들이 처한 굵직굵직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회 현장으로 나가 목소리를 높이는 일도 다반사였다. 다행히 문재인정부 들어선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제가 폐지됐다.

노들야학은 올해로 개교 26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야학에선 장애인 교육을 통한 검정고시 취득과 안정적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연계해왔다. 박 활동가는 이제는 장애인들의 완전한 자립을 위한 탈(脫)시설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 활동가는 "장애인들 중에는 부모가 평생 책임지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가 사망하게 되면 대부분 시설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게 정부의 현재 정책방향"이라면서 "단순히 장애인들을 한 곳에 가두는 게 아니라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해주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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