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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장비 中에 공급… GVC 재편 가속화"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9 17:50

수정 2019.08.19 17:50

산업부, 미래전략보고서 제시
中, 2025년 자급률 70% 목표.. 이 시기가 한국에 기회될수도
정부가 글로벌 가치사슬(GVC) 체계를 진단하고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GVC 재편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GVC에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GVC는 기업활동(기획·자재조달·조립생산·마케팅)을 영역별로 나눠 전 세계에서 가장 적합한 국가에 배치하는 국제 분업구조를 뜻한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이 고조되던 지난해부터 산업부는 '새로운 통상질서와 글로벌산업지도 변화' 보고서 작성에 착수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수출규제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면서 수정작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산업부는 다음달께 완성된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는 이 보고서는 지난 30년간 전 세계에 걸쳐 구축된 GVC 체계가 북미, 중국, 유럽, 아세안의 4개 권역으로 빠르게 재구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정책은 사실상 산업정책으로 제조업 가치사슬을 북미권역에 묶어두려 하고 중국은 자국 내, 일본은 아세안 지역, 독일은 유럽연합(EU) 지역에 권역별 가치사슬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세계무역기구(WTO) 자료 기준 한국의 수출 가운데 GVC를 통해 생산된 비중은 62.1%로 세계 4위 수준이다. 그만큼 GVC 변화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특히 보고서는 중국이 소재·장비 자급률을 높이고 있는 데 주목하고 이 시기가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은 배타적 자국 완결형 가치사슬인 '홍색공급망' 구축을 통해 핵심부품과 소재 자급률을 2015년 40%에서 2025년까지 70%로 올릴 계획이다.

중국의 부품자급률이 높아지는 시점에 한국이 소재·장비를 중국에 공급하는 새로운 GVC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 보고서의 제언이다. 중국이 부품자급을 이뤄도 소재와 장비는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은 철강, 석유화학에서 이미 자급 생산체제를 갖췄다'며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하던 한국, 일본, 대만과 중국 간의 분업 협력구조가 깨지면서 무한경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과거 한국의 휴대폰,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가 승승장구할 때 일본은 수면 아래에서 소재·장비 기술력을 무기로 우리나라 전자산업 생태계를 좌지우지했다'면서 '우리의 조립·부품산업이 일본의 소재·장비를 공급받아 성장했듯이 우리도 중국에 대해 일본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해외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합병(M&A)하는 것이 뒤처진 유망기술 확보를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박기영 산업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보고서 작성 이후 일본의 정책변수로 인해 상당 부분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며 "내용을 보완해서 9~10월께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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