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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DLF 후폭풍에 뒷짐 진 금융권

[기자수첩] DLF 후폭풍에 뒷짐 진 금융권
"사모방식으로 판매하는 파생금융상품의 투자자 대부분이 투자경험이 많은 고액자산가들입니다."

최근 수천억원의 손실 우려가 제기된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향후 후폭풍을 묻는 기자에게 내놓은 은행 관계자의 답변이다. 투자경험이 많은 고액자산가들이 주요 투자자인 만큼 언론이나 금융당국에서 우려하는 것보다 피해 발생에 따른 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일부 은행은 고액자산가들인 만큼 투자손실액 체감도가 일반고객과 다를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물론 당장은 각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지 않아 구체적 손실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당국은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손실률이 90%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로 보면 일부 상품은 레버리지가 높아 만기 시 손실률이 최대 95%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현 금리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투자자들은 원금 전액을 손실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작 이 상품을 제조하고 판매한 금융권의 태도는 담담하기만 하다. 특히 일반·법인 투자자에게 '판매'를 한 은행들은 '절차적 정당성'을 이유로 이번 사태에서 뒷짐을 진 모습이다. 사모방식으로 판매하는 파생금융상품은 최소 1억원 이상부터 투자 가능해 대부분 은행 PB들이 별도 센터에서 상품을 판매한다. 상품 금액규모도 큰 데다 내용도 복잡하다보니 전문적 상품분석이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 상품은 펀드투자 상담사 자격증을 가진 은행원이라면 누구나 판매할 수 있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펀드투자 상담사는 '은행 3종 자격증'에 포함될 정도로 은행 입사를 준비 중이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는 자격증이다. 이 자격증을 보유한 은행원이면 상품 판매경험 등에 관계없이 상품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투자상품을 대하는 기존 금융권의 관행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016년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이와 연계된 파생결합증권(DLS) 상품도 원금손실 우려가 제기됐지만, 당시 당국과 은행은 민원이 제기된 직후 문제가 커지자 사태 파악에 나섰다. 고위험성을 알면서도 판매하다가 일이 터지면 부랴부랴 대비에 나서는 '사후약방문식' 대처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금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