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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기술독립 만세’를 외치는 그날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9 17:25

수정 2019.08.1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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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기술독립 만세’를 외치는 그날
'한국기술 독립 만세.'

8·15 광복절이 지났다. 광복절 경축 행사 자리에서 '대한독립 만세' 외침이 크게 울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외쳐보았던 대한독립 만세 말이다.

매년 광복절은 의미가 깊은 날이지만 올해는 그 의미가 유독 더 크게 다가온 것은 왜일까.

아마도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일본의 수출규제 때문 아니었을까. 일본은 지난 7월 반도체 핵심소재를 수출규제 품목으로 넣어두며 한국 기업의 목을 죄었다. 반도체는 한국의 최대 수출품목으로, 한국을 수출대국 반열에 올려 놓은 일등공신이다.

이어 일본은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가에서 배제하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한국도 맞불작전으로 일본에 먹힐 수 있는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이후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을 확대하지 않자 소강 상태를 맞고 있다. 그러면서 멈칫하고 있는 것도 '기술독립'이다.

기술독립은 자칫 글로벌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란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자국 우선주의와 함께 국수주의에 빠질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독립을 할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닐지 조심스럽다.

중소기업계에 공공연하게 돌았던 말이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신규라인을 증설하면 일본 기업을 우선적으로 참여시키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최근 만난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이 가장 설득력 있게 들렸다.

"삼성도 일본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라인을 증설하면서 일본 제품이 품질과 가격 부문에서 경쟁우위에 있어 갑자기 한국 제품으로 바꾸면 무역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일본 의존도를 낮출 명분이 필요했는데 아마도 이제부턴 한국 기업으로 바꿀 명분을 얻게 된 것일 수 있다."

삼성 외에도 많은 기업이 국산화 명분을 찾아 나섰다. 과거에는 국산제품으로 대체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지만 이젠 대체할 명분이 생겼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진부할지 모르지만 이는 오랜 역사를 통해 입증된 말이다. 우리는 그 명분을 잡아 기술독립에 앞장서야 한다.

정부도 기술독립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과거 '1사1촌 운동'과 같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협력할 수 있는 장을 더 열어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발언은 같은 맥락이다.

박 장관은 한 간담회에서 "한 기업이 몽니를 부리면 밸류체인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유럽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세계 무역보호 기조가 더 거세지고 있으면 일본 등 특정국가에 의존해 위험을 맞는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제품 개발 단계부터 제조, 판매까지 역할을 나눠서 할 수 있는 상생협력 플랫폼도 필요하다. 그리고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어려울 것이다.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반드시 해내야 한다.
그리고 우린 해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이를 알고 있다.


찾아온 명분을 놓치지 말고, 한국기술 독립 만세를 외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kjw@fnnews.com 강재웅 산업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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