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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일·방한 美 비건, 비핵화-한·일관계 중대 '분수령'

일본에 이어 한국 찾는 美 비건 특별대표
비건, 北 달래고 '지소미아'는 유지 촉구?
판문점서 비건-北인사 간 접촉 가능성도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사진> 비건 대표는 미국의 북핵수석대표로 현재 북핵 문제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의 이번 연이은 방일·방한이 비핵화 문제와 한·일 관계 복원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스1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사진> 비건 대표는 미국의 북핵수석대표로 현재 북핵 문제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의 이번 연이은 방일·방한이 비핵화 문제와 한·일 관계 복원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스1
일본을 거쳐 오는 20일 한국을 찾는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현재 지지부진한 비핵화와 최악의 상황에 빠진 한·일 관계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연장 시한인 오는 24일이라는 점, 비건 대표의 방한일이 한·미 연합훈련 종료라는 절묘한 시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기대감은 더욱 커진다.

비건 대표는 지소미아와 관련해서도 당장 북핵 문제와 장기적으로는 한·미·일 3국의 동아시아 내 안보 상황을 긍정적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한·일이 안보적으로 연결되는 끈을 끊지 않도록 당부와 함께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또 그는 비핵화 문제에서는 북한을 실무협상으로 이끌 수 있는 카드를 한·미가 함께 마련하는 상부의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그가 판문점에서 북한 인사를 만나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논의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비건, 한·미 공조 확인하고 北 달래나?
미국은 일단 북한 달래기에 주력할 전망이다. 최근 북한은 잇달아 미사일 쏘며 도발에 나서고 있다. 북한은 외무성과 북한매체 등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를 겨냥한 대남(對南) 전략을 펴면서도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을 미국에 전하는 간접 자극 전술을 쓰고 있다.

안보적 측면에서 한·미 양국의 입장이 다르지 않은 가운데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를 향해 극언을 쏟아내는 북한의 의도는 '미국과의 대화'에 악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불만을 미국에 전하기 위해 '만만한' 한국을 지렛대로 쓰자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까지는 북한과 특별한 상황을 만들지 않고 현상 유지를 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기 때문에 비건 대표 역시 최근 미사일을 쏘며 한·미를 자극하려는 북한을 달래는 메시지를 갖고 올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남 교수는 "판문점에서 비건 대표와 북한 인사의 물밑 회동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북한이 미국의 의도대로 달래질지 여부가 향후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북한이 미국의 유화적 태도를 받아들이지 않고 실무협상 전에 몸 값 올리기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비건 대표가 시기를 한·미 연합훈련 종료와 맞춰 온 것을 보면 북한과 실무협상을 진전시키겠다는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미국이 북한에 일종의 백지수표를 주면서 '시기와 장소, 대화를 할 대표를 정하라'는 의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만 최근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 미국에 대한 비난도 하고 있고, 북한은 지금 상황에서 미국과 만난다고 해도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지 못할 것이란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대현안 '지소미아' "美 유지 촉구 가능성 커"
현재 우리 정부의 최대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비건 대표는 일본에는 더 이상 한국을 자극해서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 것을, 정부에는 감정적인 맞대응을 멈추고 한·미·일 3국 공조 체제는 유지돼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한·미·일 3국의 긴밀한 안보 공조는 핵심 축이다. 또 지소미아가 북한의 군사적 행동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에서 맺어진 만큼 미국의 북핵 실무를 전담하고 있는 비건 대표는 한·일 관계 개선을 강하게 촉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교수는 "지소미아의 핵심이 북한에 있고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한국과 일본을 찾은 미국 정부의 고위당국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 비건 대표 역시 다시 한 번 미국의 입장을 전할 것"이라면서 미국이 지소미아 유지를 우리 정부에 당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지소미아의 유지와 파기에 대한 실무적 수준의 검토를 끝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소미아의 향방에 따라 한·일 관계는 큰 부침을 겪을 것으로 분석된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