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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20일 방한…남북관계 경색 속 북미 대화 물꼬 트일까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 News1 성동훈 기자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나혜윤 기자 = 북한이 군사 행보를 재개하면서 한반도 긴장감이 높아진 가운데 비핵화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0일 방한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미 대화가 재개될지 주목된다.

특히 비건 대표가 방한하는 날은 북한이 지속적으로 반발해왔던 한미 연합연습의 종료일이기도 해 비핵화 협상 재개의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19일 일본을 방문한 후 20~22일 2박3일간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 행보 중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며 비핵화 협상 재개 의사를 타진한 만큼, 비건 대표가 한미 연합연습 종료일에 방한하는 것은 미국도 실무협상 재개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측은 지난달 25일 이후 6번이나 되는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해 "소형 단거리 미사일"이라면서 6·12 싱가포르 합의 파기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과의 대화 기조를 유지하려는 듯 "(발사체 발사가) 유엔 결의 위반일 수 있지만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김 위원장)는 미국에 대해 경고하지 않았다" 등의 발언을 통해 북한의 군사 행보가 한국을 겨냥한 것임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비건 대표의 방한 기간 동안 판문점 등에서 비핵화 실무 협상 재개를 위해 북미 간 물밑 접촉이 이뤄질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9월 유엔 총회를 계기로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접촉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에 사전 논의 성격 차원에서 북미 실무간 대화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비건 대표가 방한하더라도 북한과의 접촉 보다는 최근 북한의 군사 행보 재개에 대한 한미일 3각 공조를 재확인하는 차원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아울러 북미의 이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전혀 개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북한은 군사 도발과 함께 남측에 대한 비난 수위를 점차 높였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을 향해 경제협력을 촉구한 직후인 16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담화를 통해 "아랫사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 남조선 당국자" 등으로 표현하며 원색 비난했다.

북한의 군사 행보와 대남 비난의 표면적인 이유는 한미 연합연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을 향해선 대화 의지를 적극 드러내면서 남측에게는 정반대로 비난을 퍼붓고 있어 남북관계가 경색을 넘어 단절 수준에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국제기구를 통한 정부의 대북 쌀 지원에 대해 간접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이후로 답변이 없는 상태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소장회의도 불발된 지 오래다.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한 우리 정부의 현안 제안에 대해서도 사실상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정부 역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남북 관계 개선의 지렛대로 삼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면서, 이번 주 비건 대표의 방한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