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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발 블랙스완 공포… 韓 금융·수출 떤다[혼돈의 홍콩]

김서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8 17:51

수정 2019.08.18 18:19

中, 시위진압에 무력 투입땐..美, 홍콩 특별지위 철회 가능성
韓, 대중 수출 우회로 막히고 이미 어려운 관광·항공업 또 타격
미·중 무역갈등, 한·일 경제전쟁에 이어 홍콩사태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특히 홍콩 사태는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미·중 양국이 전면전을 펼칠 트리거(방아쇠)로 꼽힌다.

홍콩 사태에 미국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중국이 수위는 조절하고 있지만 만약 시위 진압을 위한 군을 투입할 경우 미국이 홍콩을 중국과 달리 비자, 투자와 관련해 특별대우하는 지위를 철회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홍콩을 통해 중국으로 가는 우회수출 길이 막히게 되면서 우리나라 실물경제 악영향은 불가피하다. 또 금융·외환시장의 혼란은 물론 관광·제조업 중심의 수출전선이 한층 약화될 수밖에 없다.

18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관세 위주로 진행되던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격화되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중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간재를 포함한 제조업 수출부진과 더불어 금융·외환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여기에 경제성장률 하방압박까지 더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38.9%)은 대만(40.6%) 다음으로 높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비중은 2018년 기준 약 26.8%에 달한다. 미국은 12.1%다.

홍콩 사태는 미·중 무역전쟁의 또 다른 변곡점이다. 홍콩 사태에 미국의 배후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중국이 시위진압을 위해 홍콩과 인접해 있는 선전에 군을 배치, 향후 투입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이 (홍콩에) 너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면 미국은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홍콩의 특별대우를 철회할 경우 홍콩에 기반을 둔 국내 기업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홍콩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대한항공, KEB하나은행, 대상홍콩, 삼성물산 홍콩법인 등 1500여개다. 지난해 기준 한국 기업의 홍콩 투자건수는 194건(금액기준 18억2654만6000달러)이다.

홍콩을 통한 중국으로 우회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은 "홍콩을 통해 중국으로 가는 우회수출 비중이 전체 홍콩 수출의 10% 가까이 되는데 홍콩이 기능을 잃게 되면 수출길이 막힌다"며 "전 분야에서 타격을 받겠지만 전자·기계 분야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수출품목은 반도체로 지난해 홍콩을 상대로 한 수출액의 60%에 이른다.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기기와 기계류는 전체 수출액의 82%다. 우리의 대홍콩 무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 7.6%다. 여기에 중국을 더하면 대중국 수출은 34.4%로 우리나라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2017년 기준 홍콩은 수출액 기준으로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어 4위 수출 지역이자 2위 무역흑자 지역이다.

한국은행은 홍콩 사태를 시나리오에 넣지 않고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각각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수출물량은 2.4%, 1.7%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홍콩 혼란이 가중되면 수출감소폭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관광·항공 산업의 어려움도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일본 노선을 줄인 우리 항공사들이 중국 신규취항 허가까지 막히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인기 관광지였던 홍콩마저 활로가 끊기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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