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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둘러싼 ‘운명의 한주’… 남북미·한일 관계 분수령

한미훈련 끝나는 20일 비건 방한.. 북미실무협상 재개 논의에 촉각
한·중·일 외교수장 베이징서 회동.. 한·일 양자회담 성사될지 주목
지소미아, 24일 연장 여부 결정
한반도 둘러싼 ‘운명의 한주’… 남북미·한일 관계 분수령
미사일 발사, 경제보복 등으로 경색된 한일, 남북, 북미관계의 고비가 될 빅 이벤트들이 이번주에 쏟아진다. 낙관적인 시각에서는 북미실무협상의 물꼬가 트이고 한일간에도 외교적인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다만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이 여전하고 한일관계도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자칫 남북, 한일관계의 냉전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건, 한미연합훈련 종료 시점에 방한

18일 외교부에 따르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오는 20~22일 방한한다. 지난 6월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한국을 찾은지 한달 반 가량 만이다. 당시 비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실무를 준비하기도 했다.

비건 대표는 이번 방한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특히 판문점 정상 회동에서 합의했지만 아직까지 열리지 않고 있는 북미실무협상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부분은 비건의 방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종료 시점에 이뤄진다는 점이다. 지난 5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야외 기동훈련이 아닌 지휘소 훈련이지만 북한은 자신들을 타깃으로 한 '군사적 적대행위'로 규정했다. 특히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일찌감치 "한미연합군사훈련이 현실화된다면 조미실무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선언했고 실제로 6월 중순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실무협상은 8월 중순이 지나도록 열리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북한은 연합군사훈련에 맞서 지난 7월 25일부터 지난 16일까지 22일만에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포함해 여섯차례의 발사체를 발사했다. 그러면서 모든 책임을 남측 정부에 돌렸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며 공동선언이나 합의서같은 문건을 만지작거리고, 뒤돌아 앉아서는 최신 공격형 무기 반입과 합동군사연습 강행과 같은 이상한 짓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우리측을 비난했다. 또 지난 16일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지금 이 시각에도 남조선에서 우리를 반대하는 합동군사연습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면서 "북남협력을 통한 평화경제를 건설하며 조선반도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며 노골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다만 북한의 이같은 날선 반응은 역설적으로 훈련이 끝면 대화의 걸림돌이 해소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는대로 실무협상 재개를 희망했다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조평통 대변인 담화에서도 군사연습이 끝난뒤 찾아올 북미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으려 하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중·일 외무장관 회담 해법 모색

남·북·미 관계가 한미군사훈련 종료 시점에서 돌파구를 찾는다면 한일관계는 외교 수장들간의 담판에서 해법을 모색한다. 무대는 오는 20일~22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다. 지난 2016년 8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8차 회의 이후 3년만에 열리는 것으로 우리측에서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 일본은 고노 다로 외무상이 참석한다. 현재 한일, 한중 양자회담 개최는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의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돌아선 한일 외교수장 사이에 달라진 기류가 나타날지가 관건이다.

한일 양국은 이달 초 서로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고 불매운동의 강도가 높아지는 등 갈등이 격화된 상태다. 다만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며 협상의 여지를 내비쳐 일본이 달라진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하지만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에 한국정부가 해법을 내놔야 한다는 일본측 기류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갈등의 분수령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ISOMIA·지소미아) 연장을 결정할 24일이 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국익차원에서 결정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일본과 미국은 지소미아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소미아는 북·중·러에 맞서는 한·미·일 공조의 상징이다. 한국이 파기를 결정할 경우 군사 보다는 외교적인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서는 상징적 카드로 위력적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어느 정도의 실리가 있느냐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한편 지소미아는 만료 90일 전 양국이 파기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별도 협의 없이도 자동으로 1년씩 연장되는 구조다. 2016년 체결 이후 지난 2년 동안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따라 한·일 모두 지소미아 연장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