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쥐 한마리·소 대가리·웃기는 사람…"北, 文대통령 의도적 무시"

北, 경축사 하루 만에 맹비난하고 발사체 도발까지 전문가 "南대통령 8·15 메시지 北 이런 대응 처음" "정면 반박하면서 문 대통령 물먹이겠다는 의도" "한반도 주도권 장악하고 南정부 소외·무시 전략" '남한 당국과 마주 안 앉을 것" 경색 국면 불가피 통일부, 강한 유감 표명 "도 넘은 무례한 행위" 北 북미 실무회담 긍정적 가면 남북대화 나설 듯 "9월 말 북미 고위급 회동, 10월 남북 트랙 가동"
【천안=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회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하여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19.08.15. pak7130@newsis.com
【천안=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회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하여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19.08.15.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강수윤 기자 = 북한이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8·15광복절 경축사를 맹비난한 데 이어 동해안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한 것은 문대통령의 광복절 대북 메시지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오전부터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태산이 떠나갈 듯 들썩이더니 나온 것은 쥐 한 마리 뿐)이라는 말이 있다"며 "남조선 당국자(문재인 대통령 지칭)의 '광복절 경축사'라는 것을 두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대변인은 또 "남조선 당국자의 말대로라면 저들이 대화 분위기를 유지하고 북남협력을 통한 평화경제를 건설하며 조선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삶은 소 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비꼬았다.

아울러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8시1분과 8시16분께 강원도 통천 북방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해 무력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독립기념관에서 거행된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자신의 임기 내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이 바탕 위에 차기 정부에서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와 2045년 광복 100주년까지 '원 코리아(One Korea)'로 세계에 우뚝 설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앞선 두 차례의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원론적인 수준에서의 통일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목표 시점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북한은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내놓은 지 하루 만에 막말성 담화를 통해 대북 메시지를 정면 반박했다. 북한이 우리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즉각적으로 비난 반응을 보이고, 발사체를 발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대응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새 무기 시험사격을 지도했다"고 11일 로동신문이 보도했다. 2017..08.11. (사진=로동신문)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새 무기 시험사격을 지도했다"고 11일 로동신문이 보도했다. 2017..08.11. (사진=로동신문)photo@newsis.com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의 담화는 문 대통령의 메세지를 정면 반박한 것이며 물을 먹이겠다는 의도"라며 "북한이 문 대통령의 경축사 발표에 리얼타임으로 신랄하게 비난하고 동시에 발사체를 발사한 것은 처음일 것이다. 통상 광복절에는 남북 양측이 일본에 항의하거나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언급을 잘 안 했다"고 지적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메세지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라면서 "북한이 일관되게 큰 전략 하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면서 "한반도에서의 주도권을 북한이 장악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해 미국과 일대일 구조로 가져가고 한국 정부는 소외시키고 무시하려는 접근"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다시 마주앉을 생각도 없다'고 밝혀 북한이 당분간 남북대화에 나서지 않는 것은 물론, 남북 경색국면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의도적으로 우리 정부와의 대화를 배제하고 북미대화에만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일련의 대남 공세에 대해 "9월 이후로는 남북 트랙을 어느 정도 가동할 여지를 갖고 있다고 봤는데 조금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경축사를 즉각적으로 강하게 비난한 것은 당분간 남북관계에 대해 기대를 걸지 않겠다, 남북 트랙을 가동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은 최근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치 않으며 강도 높은 대남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일에도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의 담화로 청와대를 비롯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겁먹은 개' '웃기는 것'이라고 표현했고 앞서 7일에는 미사일 도발과 함께 '차라리 맞을 짓을 하지 말라'고 조롱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는 '남조선 당국자가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막말성 발언을 되풀이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대남 비난 발언에 대해 '도를 넘은 무례한 행위'라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오늘 우리를 비난한 걸 보면 당국의 공식입장 표명이라고 보기에는 도를 넘은 무례한 행위라고 본다"면서 "앞으로 남북관계 발전시키고 평화 정착과정에서 남북이 상호 존중하는 기초 위에서 지킬 것 지켜가는 노력 기울여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천안=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회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하여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19.08.15. pak7130@newsis.com
【천안=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회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하여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19.08.15. pak7130@newsis.com
북한 당국의 대남 비난이 도를 넘은 배경에 대해서는 "(북미)실무회담도 있고, 남북관계도 있고 자기들 나름대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면서 "정부는 그것이 북한 당국의 공식 언급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친 언사이며 남북관계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달 말이나 9월 초에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실무회담이 긍정적인 흐름으로 간다면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홍 연구실장은 "8월 말 북미대화가 재개되고 9월까지 실무협상이 진행돼 긍정적인 협상 국면이 이어지면 9월 말 북미 고위급 회동, 10월부터는 남북관계 트랙을 가동시킬 것"이라며 "국면적으로 남측을 배제하는 전술이지 영구적으로 '통미봉남 자체를 구조화시키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북미 사이에 여건들이 개선되면 남북대화도 얼마든지 열 가능성 있다"고 내다봤다.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되면 남북대화도 진척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통일부 당국자도 "그런 방향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shoo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