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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깊어지는 유로존, 내달 파격 '부양 패키지' 내놓는다[세계경제 R의 공포]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6 17:18

수정 2019.08.16 17:18

ECB 올리 렌 통화정책위원 "미흡한 것보다 과한 것이 낫다"
-0.4%인 금리 더 떨어뜨리고 양적완화에 주식매입 포함 시사
올리 렌 ECB 통화정책위원 로이터 뉴스1
올리 렌 ECB 통화정책위원 로이터 뉴스1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신화 뉴시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신화 뉴시스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시장 예상을 웃도는 대대적인 경기부양 '패키지'를 내놓을 준비가 돼 있다고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가 밝혔다.

현재 -0.4%인 금리를 더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채권매입 프로그램(양적완화(QE))도 재개하고, QE에 주식매입도 포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마이너스 금리 장기화에 따른 은행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은행들이 ECB에 돈을 맡길 때 적용하는 예치금리를 차등화하는 방안도 포함될 수 있다고 렌 총재는 밝혔다. 렌은 찔끔찔끔 일련의 정책을 시간을 두고 내놓는 것보다는 다양한 정책들을 묶어 '한 방'에 가는 것이 시장에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ECB 통화정책 위원인 렌 총재는 15일(현지시간) 헬싱키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다음달 12일 ECB 집행이사회에서 시장 예상을 뛰어 넘는 대규모 경기부양 패키지가 발표될 것이라면서 무역전쟁이 빚은 독일, 중국, 세계 경제둔화부터 영국의 갑작스러운 유럽연합(EU) 탈퇴, 즉 하드 브렉시트(또는 노딜 브렉시트)에 이르기까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를 악화시킬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고 강조했다.
렌은 "9월 상당한 규모의 충분히 충격을 줄 수 있는 정책 패키지를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금융시장을 다룰 때는 미흡한 것(언더슈팅)보다는 과한 것(오버슈팅)이 종종 더 낫고, 땜질 처방보다는 매우 강력한 정책 패키지가 더 낫다"고 강조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9월 회의에서 새로운 통화완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지난달 밝혀 이미 시장 분위기는 추가 완화로 기운 상태이지만 렌의 이날 발언은 경기부양책이 전문가들의 예상을 웃도는 파격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다음달 회의에서 ECB가 현재 정책금리로 쓰고 있는 은행들의 예치금리를 -0.1%포인트 더 떨어뜨려 -0.5%로 낮추고, 지난해 말 끝낸 QE도 재개해 월 500억유로 채권매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네바 픽테트 자산운용의 프레데릭 듀크로체트 이코노미스트는 렌의 발언은 시장 기대감을 높여 결과적으로 경기부양에 반대하는 이들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듀크로체트는 렌의 발언으로 볼 때 ECB가 다음달 금리를 0.2%포인트 내려 -0.6%로 떨어뜨리고, 채권만이 아닌 새로운 종류의 자산을 사들이기 시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전문가들 예상보다 더 통 큰 정책처방을 기대하고 있다. 선물시장 움직임으로 보면 시장에서는 ECB가 다음달 12일 예치금리를 -0.7%로 떨어뜨리고, 금리를 낮춘 뒤에는 현 -0.4%보다 낮은 수준의 금리를 오는 2024년까지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렌은 마이너스 금리가 장기화면서 경영압박을 받고 있는 은행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 경기부양책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그는 우선 은행들에 대한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을 시중 은행들에 유리하도록 대출 조건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은행들이 ECB에 돈을 맡길 때 적용하는 예치금리도 등급을 나눠 차등화해 일부만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도록 하는 방안도 도입할 수 있다는 렌은 밝혔다.
그는 아울러 ECB 채권매입 규정을 개정해 특정 국채를 33% 이상 살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완화하고, 주식도 사들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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