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채권시장 경기침체 신호…"실질적인 공포의 지점" 우려

뉴시스

입력 2019.08.16 09:40

수정 2019.08.16 09:40

12년 만에 10년물, 2년물 금리 역전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경기침체 전조 무역전쟁에 홍콩 반중 문제까지 얽혀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미국 채권시장이 연일 세계 경기침체(recession)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국채 수익률(금리)이 역전되고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3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15일(현지시간) CNBC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장중 한때 10년물 금리는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1.475%를 나타냈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941%까지 주저앉았다가 1.98%로 마감하며 사상 최초로 2% 아래로 떨어졌다.

전날인 14일에는 장중 10년물 금리(1.623%)가 2년물 금리(1.634%)보다 낮아지기도 했다. 10년물 금리와 2년물 금리가 역전된 건 2007년 이래 12년 만이다.


이 여파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800.49포인트(3.05%) 폭락하며 연중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도 각각 2.93%, 3.02% 내렸다.

주식시장이 이처럼 반응한 건 장단기 국채 금리의 역전이 경기침체의 전조로 여겨지는 'R의 공포' 때문이다.

【뉴욕=AP/뉴시스】뉴욕 증권거래소에서 7월8일(현지시간) 한 거래인이 분주히 일하고 있다. 2019.08.16.
【뉴욕=AP/뉴시스】뉴욕 증권거래소에서 7월8일(현지시간) 한 거래인이 분주히 일하고 있다. 2019.08.16.
채권의 가격과 금리는 반대 방향으로 간다. 금리가 낮으면 가격이 높다는 의미다. 통상 만기가 길어지면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장기물의 금리가 높은 게 보통이다. 하지만 경기 둔화를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면 장기물에 투자자가 몰려 장기물의 금리가 더 낮아지게 된다.

1978년 이후 이같은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은 5차례 발생했으며 이때마다 경기침체가 뒤따랐다.

세계 최강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악화하고 환율전쟁으로 확전할 기미를 보이면서 경기전망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노스먼 트레이더의 창립자이자 시장 전략가인 스벤 헨리치는 CNN 기고글에서 "무역전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고 세계 경제 전망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2분기 독일과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4%에 대한 약속은 오래전에 사라졌다. 무역합의 대신 성장률은 2%를 밑돌 것이다. 유일하게 증가하고 있는 건 이미 올해 1조달러를 넘어서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연방정부) 적자"라며 "이 모든 게 세계 경기침체 위험이 명백하며 현존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이렇게 많은 부채와 이렇게 적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탄약을 갖고 이렇게 많은 나라가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 중인 와중에 불황에 직면해본 적이 없다"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결렬되자마자 3000억달러 중국산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달러 대비 위안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7위안을 넘어서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갈등이 고조하면서 9월 협상 재개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일부 중국산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12월로 미뤘다. 하지만 강제 기술 이전 등 핵심 부문에서 여전히 양국이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고 알려졌다.

NYT는 "추가 관세 위협은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두려움을 더하고 전 세계 시장을 더 침체하게 만들었다"며 "미 채권시장은 곧 불황이 올 수 있다는 암시를 하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S&P글로벌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숀 로셰는 "우리는 지금 역사적 선례가 거의 없는 미지의 영역에 있다. 최근의 일시적인 관세 유예는 이 불확실성 완화에 거의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영국 IG그룹의 조슈아 마호니 수석 분석가는 30년물 금리가 처음으로 2%를 밑돈 데 대해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면서 채권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역사적으로 희귀한 사례이며 실질적인 공포의 지점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두달 넘게 반(反) 중국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홍콩의 상황도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트위터에 "만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문제를 신속하고 인도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는 데 전혀 의구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개인적인 만남?" 이라고 썼다.

이에 대해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의 앞날이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의 반응과 연계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홍콩 사태는 중국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문제다. 중국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체제 안정의 근간으로 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홍콩 문제는 완전히 중국 내정문제"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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