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N●재팬은 나 스스로 한다"… 성숙한 불매 '애국템' 열풍[광복 74주년]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4 17:38

수정 2019.08.14 17:38

애국주의 선동에 휩쓸리지 않고 시민들 자발적 불매·국산품 사용
국내 브랜드 애용하기 운동 확산..광복절 한정판 패키지 판매 불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강원 춘천시 석사동 퇴계사거리에서 석사동 자생단체 협의회 관계자들이 일본 경제보복을 규탄하고 불매운동 동참을 선언하고 있다. 뉴스1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강원 춘천시 석사동 퇴계사거리에서 석사동 자생단체 협의회 관계자들이 일본 경제보복을 규탄하고 불매운동 동참을 선언하고 있다. 뉴스1
#1. 회사원 김모씨(29)는 최근 국산 문구 브랜드인 M사의 광복절 한정판 패키지를 구매하려다 실패해 울상이다. 출시 하루 만에 모두 매진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집에 있던 일본 브랜드 문구류와 속옷 등을 모두 버리고 다시 사려 하는데 마침 광복절 기념 한정판들이 많이 나와 살 게 많아졌다"며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유명 일본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국내 브랜드 목록, 광복절 한정판 패키지 등이 공유되고 있어 유용하다"고 말했다.

#2. 자취생 이모씨(30)는 광복절을 앞두고 태극기 사진을 본인 SNS 계정에 올렸다.
일본제품을 불매운동 중이라는 의미의 SNS 운동 슬로건인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불매운동은 한다'도 함께 달았다. 이씨는 "집 창문에 태극기를 달고 싶었지만 살고 있는 오피스텔에 깃발 거치대가 없어 달지 못했다"며 "온라인에 게시물을 올려 두면 지인들이 쉽게 알게되니 일본제품 불매운동에도 더 신경쓸 수 있게 될 것 같아 이게 더 유용할 것 같다"고 전했다.

■불매 넘어 '애국템' 열풍

14일 네티즌과 SNS 등에 따르면 광복절 주간을 맞아 '신애국주의' 운동이 활발하다. 단순히 불매운동을 강요하는 애국주의나 집단주의가 아닌 시민들 중심의 "우리끼리 애국하자"는 신애국주의가 정착되는 모양새다.

이번 운동의 가장 큰 특징은 '반일감정을 조장하는 조직적, 감정적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시민들 스스로 자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일 서울 중구청은 'NO재팬' 깃발을 명동과 청계천 일대 등 중구 전역에 걸었다가 시민들 반발에 역풍을 맞고 5시간여 만에 철회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불매운동을 국민의 자발적 영역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로구도 지난 4일 청사 건물에 'NO재팬: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예스 코리아:많이 이용하겠습니다 자주 다니겠습니다' 배너를 내걸었다가 역시 시민 비판에 직면했다.

광복절 기간이 겹치면서 '애국템(애국+아이템)' 구매 열풍이 부는 것 또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불매·국산품 사용 운동의 단면을 보여준다. 국내 문구업체인 M사가 예약판매를 시작한 'FX 153' 광복절 한정판 패키지는 하루 만에 초도물량 7000세트가 모두 매진됐고, 국내 한 의류 브랜드 업체가 기획한 8·15 캠페인 티셔츠는 최근까지 기획물량 95% 이상이 판매됐다.

일본제품을 알리는 '노노재팬'과 국산 대체 상품을 소개하는 '오케이 코리아' 같은 사이트들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면서 불매운동에 불을 붙였다.

■시민 스스로, "의사표현 방식"

이런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은 이번 불매운동 방향성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몇몇 단체가 주도하던 이전 운동 방식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스스로 일본산을 불매하는 것을 넘어서 '국내 브랜드를 애용하기'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불매운동은 기본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많이 없을 만큼 쉽지 않은 운동"이라며 "하지만 이번같은 경우는 시민들이 자발적이고 광범위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자발적인 움직임에 대해 그는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판단·행동하고 보람을 느껴야 하는데, 누군가가 선도하거나 강요해서 쫓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이라며 "이런 경향은 촛불시위 때부터 보여지는 새로운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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