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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실패박람회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3 17:21

수정 2019.08.13 17:21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1931년 미국 트래블러스 보험사에서 관리직으로 일했다. 그는 5000 여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했다. 그 결과 통계적으로 1건의 대형 사고가 나기까지 29건의 작은 사고가 있었고, 그 전에 300건의 사소한 징후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1 : 29 : 300'이라는 하인리히 법칙을 만들었다. 사소한 징후와 작은 사고에 잘 대비하면 대형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의 하타무라 료타로 교수(도쿄대)는 하인리히 법칙을 이론적으로 연구해 실패학이라는 학문영역으로 발전시켰다.
실패학은 실패를 연구해 성공하는 법을 배우는 학문이다. 그는 실패를 성공으로 가기 위해 지불하는 수업료라고 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실패에는 좋은 실패와 나쁜 실패가 있다. 좋은 실패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나쁜 실패는 자만심과 부주의로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다. 나쁜 실패를 줄이고 좋은 실패를 축적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로버트 맥매스는 미국 소비재 기업들이 출시한 신제품 실패사례를 40년간 연구했다. 이를 토대로 1998년에 '실패제품과 개발자들'이란 책을 냈다.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에 자신이 수집한 실패제품을 전시하는 '실패박물관'도 열었다. 미국 시장에 매년 3만개 이상의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지만 80%는 나오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했다. 기업들이 과거의 실패 원인을 기록하고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가 13일 실패박람회 홍보대사 위촉식을 가졌다. 최희섭(전 메이저리거 야구선수)·성신제(전 성신제피자 대표)·박은정씨(경력단절녀로 세계 상위 10% 우수논문을 쓴 연구자, 경희대 교수) 등이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실패박람회는 9월 20∼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다양한 실패경험을 공유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인식을 넓히기 위해 마련됐다.
실패에는 기묘한 속성이 있다. "감출수록 커지지만 드러내면 성공과 창조를 가져온다.
" 실패학의 창시자 하타무라 교수의 말이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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