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노딜’로 기우는 브렉시트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2 17:57

수정 2019.08.12 17:57

英 여왕마저 정치적 무능에 ‘실망’
존슨, 아일랜드 총리와 회동 시도
EU "노딜땐 큰 패자될 것" 경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8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영국 안팎에서 합의 없는(노딜) 브렉시트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어떻게든 EU를 위협해 판을 다시 짜겠다는 생각이나 영국과 EU 모두 진지하게 협상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유명 싱크탱크인 정부연구소(IFG)는 11일(현지시간) 발표한 '브렉시트에 대한 투표' 보고서에서 영국 하원이 더 이상 노딜 브렉시트를 막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폭주하는 정치판, 여왕까지 '실망'

영국은 앞서 EU와 막판 협상을 통해 올해 10월 31일 오후 11시를 기점으로 EU에서 나가겠다고 못을 박았다. IFG는 보고서에서 노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새 협상을 마무리하거나 존슨 정부를 몰아내고 EU와 기존 협상안을 받아들일 새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자가 실현되려면 존슨 정부는 하원이 여름 휴회에 접어든 8월 내에 EU와 협상을 끝내고 휴회가 종료되는 9월 3일까지 새 협상안을 만들어야 한다.
IFG는 설사 협상안이 나오더라도 약 2달 안에 해당 안건이 처리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또 다른 방법은 불신임 투표로 정부를 해산시키는 것이다. 영국 하원에서는 2011년 고정임기법에 따라 불신임 투표가 통과된 이후 2주 안에 새로운 정부가 구성되야 하며 해당 기간에는 기존 총리가 계속 집권한다. 만약 의회가 2주 안에 신정부 구성에 실패할 경우 조기 총선이 실시되며 이 때 최소한 5주간의 선거 기간이 필요하다. IFG는 존슨 정부를 이을 신정부가 이토록 짧은 시간 내에 들어설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평소 정치에 대한 언급을 피해왔던 엘리자베스 여왕 마저 실망을 드러내고 있다. 익명의 왕실 관계자는 11일 타임스 일요판을 통해 "여왕께서 진심으로 실망하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여왕께서 현재 정치 계급과 올바른 통치에 대한 그들의 무능에 실망했다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벼랑 끝 전술 통할까?

무조건 10월 말에 EU를 나가겠다고 주장했던 존슨 총리는 EU와 기존 합의안을 거부하면서도 일단 EU와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11일 보도에서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존슨 총리가 리오 버라드카 아일랜드 총리의 회동 제안을 수락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양측이 회동에서 생산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존슨 총리는 EU와 기존 합의안에서 영국령 북아일랜드가 브렉시트 이후 새 무역협상 전까지 EU 법에 묶인다는 '안전장치' 조항을 절대 수용할 수 없으며 차라리 노딜로 가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EU는 기존 합의안에서 한 글자도 바꾸기 싫다고 강조해 왔다. 존슨 총리는 EU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어찌됐든 새로운 합의안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같은날 EU 관계자는 CNN을 통해 존슨 정부가 내놓은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에 겁먹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날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오스트리아 매체와 인터뷰에서 "만약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진다면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영국이 큰 패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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