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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투자은행 감원 ‘칼바람’..4월 이후 ‘3만명’ 짐쌌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2 17:57

수정 2019.08.12 17:57

저금리 수익 악화·자동화 추세..도이체방크 1만8000명 ‘최대’
뉴욕은행들도 일자리 감축나서..주식·채권·상품 거래중개 ‘타격’
세계 투자은행 감원 ‘칼바람’..4월 이후 ‘3만명’ 짐쌌다
전세계 투자은행들에 감원 칼바람이 매섭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가 1만8000명 감원계획을 발표하는 등 4월이후 공개된 감원 규모만 3만명에 육박한다.

유럽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를 비롯한 전세계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이 악화하는데다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수동적 투자가 대세를 이루면서 브로커들이 설자리가 좁아진 것이 배경이다. 프로그램 매매 같은 자동화가 강화되고 있는 것도 투자은행 일자리를 줄인 요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전세계 투자은행들이 수익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면서 자구책으로 대대적인 감원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4월 이후 감원 규모는 전세계 투자은행 전체 인력의 6%에 이른다.


마이너스 금리 타격이 가장 큰 유럽에 감원이 집중돼 있다. 도이체방크 감원 규모는 전세계 투자은행 감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투자은행 가운데 가장 급격한 인력감원이 진행되고 있는 부문은 주식·채권·상품 거래중개 부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은행들도 감원나서

세계 금융 중심지로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체질을 개선해 비교적 탄탄한 것으로 알려진 뉴욕 은행들 역시 유럽 은행들에 비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저금리, 거래 감소, 자동화 타격을 받아 투자은행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뉴욕주 노동부에 따르면 뉴욕시의 상품·주식·채권 거래 관련 일자리는 지난 6월 전년동월비 2% 줄었다. 약 2800개 일자리가 사라졌다. 4월 포문을 연 곳은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럴(SG)이다. 주로 투자은행 부문 일자리 1600개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투자은행 일자리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도이체방크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는 지난달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으로 전체 인력의 약 20%인 1만80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주식거래 부문은 아예 없앴고, 외환·채권 거래 부문도 덩치를 크게 줄였다. 시티그룹도 지난달 투자은행 중개 부분에서 '수백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이달 들어서는 영국 바클레이스가 전체 인력의 4%에 육박하는 약 2800명을 2·4분기 중에 감원했다고 밝혔고, HSBC는 며칠 뒤 고위직 인력 5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금융환경 급변···추세 계속될듯

HSBC는 미 금리 하락, 무역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세계 (금융) 환경이 점점 복잡해지고,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감원 배경으로 들었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주주들로부터 비용절감과 이윤확보 압력을 받고 있는 은행들의 선택 가운데 하나가 대규모 감원이다. 지난해 11월 미 장기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한 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6% 상승했지만 KBW 은행업종 지수는 5% 하락했고, 스톡스 유럽 은행업종 지수는 16% 급락하며 3년만에 최저치로 추락하는 등 은행업종은 주식시장에서도 외면받고 있다.

은행 리서치 업체 코얼리션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12개 글로벌 은행들이 채권, 외환, 상품 거래로 거둬들인 수익은 2006년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실적악화 주된 요인은 우선 마이너스 금리다. 저금리속에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국채 규모가 전세계적으로 15조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투자은행 베렌베르크의 은행 애널리스트 앤드루 로는 "제로 또는 마이너스 금리 환경에서 투자은행들이 수익을 내기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수수료는 낮으면서 수익은 최근 몇 년 투자은행 상담사들에게 높은 수수료를 내는 능동적인 투자보다도 높은 ETF로 대변되는 자동화, 수동적인 투자로 몰리는 것도 대규모 감원의 배경이다. 이와함께 파생상품, 상품, 채권 거래가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한 거래가 증가하고 있어 사람이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것도 감원을 부르고 있다.
뉴욕투자은행 키프 브루예트 앤드 우즈의 에드 퍼스는 "거래 규모, 시스템, 컴퓨터 성능에 따라 은행들의 성패가 좌우되는데 얼마나 많은 인력을 고용하겠느냐?"고 반문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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