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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올스톱’…분양가 상한제 “집값 결국 못 잡을 것”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2 15:27

수정 2019.08.12 15:46

재건축 아파트 사업 중단 등 공급 감소 불가피
강남 재건축 재개발단지, 선 분양으로 돌아설 듯
투기과열지구 중심으로 청약 과열 현상 커질 것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위한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의원들과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위한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의원들과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서울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사업이 사실상 ‘올스톱’ 될 것으로 보여 서울 공급 문이 차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 수요 분산을 위해 추진한 3기 신도시 역시 효과가 없고 자사고 지정 취소 등으로 외곽으로 나갔던 수요가 서울로 유턴하고 있어 결국 수급불균형으로 ‘서울 집값 상승’ 악순환을 반복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12일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 개선 추진’ 방안 발표에 대해 “민간 분양가상한제가 오히려 중장기적으로는 공급을 축소시켜 집값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말고는 신규 공급이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면서 “각종 규제에 분양가상한제까지 겹치면 공급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양지영R&C연구소장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재건축 허용연한 강화 등 이미 재건축 사업 진행을 위축시킨 가운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까지 시행함으로써 재건축 사업 추진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서울의 공급은 재개발과 재건축이 유일한데 잇따른 강한 재건축 규제는 서울의 공급의 문이 차단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서울 공급 줄여 결국 집값 또 오를 듯
이날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서울 집값 상승을 부추길 뿐 크게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가 통제로 인해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만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장기적으로 재건축 아파트 사업 중단 등 공급 감소가 불가피해 새 아파트 희소성이 커져 새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인위적 분양가 통제로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커지게 된 서울 정비사업 단지들의 반발과 불만은 당분간 상당할 수 있다”면서 “사업초기 단계의 정비사업지들은 사업추진 동력이 약해지며 속도 저하와 관망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분양가가 낮아지면서 서울 중심으로 분양시장 쏠림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청약 과열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또 서울 집값이 비싼 상황에서 서민보다는 현금 부자들을 위한 분양가 상한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정부는 분양가 상승이 일반 아파트 시세를 상승시킨다고 봤지만 오히려 아파트 가격 시세 상승이 분양가를 밀어 올리는 상황이 많은 만큼 집값 안정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양지영 소장은 “서울에 분양하는 단지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59㎡가 6~10억원에 달하고 현금을 4~6억원을 가지고 있어야 청약이든 내 집 마련이든 고려할 수 있다”면서 “서민은 청약이 힘들어 결국 미분양으로 이어지고 현금부자들의 잔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강남 재건축 단지, 선분양으로 돌아설 듯
이번 분양가 상한제의 경우 일단 지정이 되면 시나 구청 등 지자체에서 분양가심의위원회 등 통해 분양가 상한을 적용하기 때문에 조합이나 건설사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선분양이든 후분양이든 임대후 분양이든 결국 분양을 받기 위해서는 심의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조합은 HUG의 분양가 보증을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에 후분양을 통해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던 일부 재건축과 재개발단지들이 서둘러 선 분양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규제를 통한 선분양을 선택하는 것이 후분양보다 일반분양수입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조합은 오는 이달 말 총회를 열고 분양 방식에 대해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주민들 내부에서는 선분양으로 하자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형건설사 정비사업 담당자는 “건설사나 조합 입장에서는 사업 도중 분양가 상한제로 바뀌는 것보다는 차라리 사업 초기부터 전면 시행 돼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사업에 도움이 된다”면서 “이번 정부 정책은 조합에게 HUG의 분양가 심의를 피해갈 생각을 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시그널로 보인다”고 전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도 “정부가 생각보다 강력한 분양가 상한제를 가지고 나왔다”면서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연기되거나 보류되는 곳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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