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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제, 정치에 발목…브렉시트·이탈리아 조기 총선에 경제전망 암울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1 14:30

수정 2019.08.11 14:30

유럽연합(EU) 경제가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으로 시계제로인 상황에서 자체 정치불안까지 가중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0월 31일(이하 현지시간) EU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정 유무와 관계없이 반드시 탈퇴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이고, EU와 대립하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여론조사 우위를 바탕으로 정부 해산과 10월 조기총선 계획에 착수했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양극화가 더 뚜렷해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통합에 어려움을 겪는 EU가 정정불안 속에 경기침체로 치달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경기침체 문 두드리는 영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유럽이 남부, 북부 가릴 것 없이 정치적 혼란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북쪽의 영국은 브렉시트를, 남쪽의 이탈리아는 예산규정 등으로 EU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 국가 거의 대부분이 반세계화·반이민·반기술관료제 등의 강한 여론 역풍에 직면해 정정불안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세계 5위이자 독일과 함께 유럽 최대 규모인 영국 경제는 2·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날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2·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이 성장률이 지속되면 1년 기준으로 영국 경제 성장률은 -0.8%가 된다.

GDP 통계를 비롯한 최근의 잇단 취약한 경제지표와, 노딜 브렉시트로 점점 기우는 존슨 정부의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파운드는 추락해 장중 파운드당 1.2057달러까지 하락했다. 심리적 저항선 1.21달러가 무너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노딜 브렉시트에 직면한 파운드가 달러와 등가 수준으로 떨어져 '1파운드=1달러' 시대가 곧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영국 정정불안도 더해지고 있다. 올 가을 영국 조기 총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존슨 총리가 이를 결행할 수도 있고, 총리의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동력 확보를 위해 의회가 조기총선을 결정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이건 이는 투자자들에게는 악재다. 정정이 혼란한 가운데 좌파인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의 입지가 강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국 경기 둔화가 일부 미중 무역전쟁 충격에 기인하고 있다면서도 브렉시트를 앞둔 기업들의 투자위축 같은 고유한 문제들이 더 심각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기업투자는 지난 6개 분기 중 단 한 분기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 하면 영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EU와 다시 갈등 예고하는 이탈리아
지난해 집권 이후 적자 예산안을 수정해 EU와 갈등을 일단 봉합했던 이탈리아 정부가 올 후반 다시 EU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갈등의 강도는 지난해보다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현 연정에서도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동맹'의 살비니 대표가 9일 정부 해산과 조기총선 계획에 착수하면서 차기 총리 자리를 예약했다. 부총리겸 내무장관인 살비니가 이날 의회에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함에 따라 10월께 조기총선이 불가피해졌다.

여론조사에서는 EU와 대립각을 심화시키고,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뜨릴 수 있는 급격한 감세를 비롯한 EU 규정과 충돌하는 공약들을 내걸고 있는 살비니가 집권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살비니가 조기총선에 집권해 대규모 감세와 정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총수요 확대정책을 강행하면 EU 규정 위반에 따른 새 EU 지도부와 갈등은 물론이고 이탈리아 경제에도 중장기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대부분 이코노미스트들은 이탈리아 경제 문제점으로 비대한 관료주의부터 영세 소규모 기업 난립에 이르기까지 공급 측면을 꼽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요 확대 정책을 추구하면 경제는 얼핏 활력을 찾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생산력이 뒷받침 되지 못해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만 끌어올리고, 가뜩이나 취약한 이탈리아 재정을 최악의 상태로 몰아갈 위험이 높다.


유럽 경제는 바깥으로는 미국과 유럽간 무역협상이 협상대상을 놓고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 삐걱거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럽 핵심 수출부문인 자동차 관세 카드를 들먹이는 가운데 안으로는 심각한 내분과 갈등에 직면하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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